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마라톤 2시간 벽 돌파에 도전했던 '브레이킹 2' 프로젝트를 기억하는가. 2017년, 사상 최고의 마라토너로 꼽히는 엘리우드 킵초게는 날씨, 페이스메이커부터 신발, 의류 등에 이르는 '최적의 상황' 속에서 인류의 한계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그리고 8년이 지나, 다시 한번 위대한 도전을 위한 출발선이 마련됐다. 이번엔 '브레이킹 4'다.
브레이킹 4..'포미닛 마일'
종목은 1마일 달리기. 목표는 4분이다. 1마일 달리기는 국내엔 다소 낯선 종목이다. 올림픽 종목도 아니다. 하지만 영미권에선 삶과 문화에 깊이 녹아 있는 단위가 '마일'이다. 노력을 독려할 때 관용적으로 '몇 마일 더 가보자(Go to the extra mile)'고 하는 게 대표적이다.
1마일 달리기는 미터법이 세계 표준이 되기 전, 2차 세계대전 이전 가장 인기 있는 육상 종목 중 하나였다. 1940년대 스웨덴의 라이벌, 군데르 해그가 3차례, 아르네 안데르손이 3차례 경쟁적으로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4분 1초'까지 당길 때만 해도, 3분 대 진입은 눈앞의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4분 벽'이 깨지기까진 이로부터 무려 9년이 더 걸렸다. 1954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주인공은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였다. 3분 59초 4. 미국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가 당시, 올해의 스포츠맨 초대 수상자로 배니스터를 선정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유산소(지구력)와 무산소(스피드) 능력이 모두 필요한 종목
이후 1마일 달리기는 올림픽 종목인 1500m 달리기로 빠르게 대체됐다. 실제로 1마일은 1500m보다 109m 정도 더 길 뿐이어서 성격이 비슷하다. 400m 육상 트랙을 4바퀴 정도 뛰면 돼 생활 체육인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거리지만 난도는 높다. 단거리 경기처럼 전력질주 하기에는 너무 길고, 지구력으로 달리기엔 너무 짧다. 중장거리 선수들처럼 산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레이스를 운영하다가, 마지막 직선 구간에선 단거리 선수처럼 죽을힘을 다해 밀어붙여야 한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선수들이 주저앉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이스 키프예곤

이번 도전자는 케냐의 페이스 키프예곤(31)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중장거리 여성 주자로 꼽힌다. 특히, 올림픽 1500m 종목에선 리우 대회를 시작으로, 도쿄에 이어 파리까지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하며 남녀 통틀어 이 종목 최초의 '올림픽 3연패' 역사를 썼다. 2024년 7월, 파리에서 3분 49초 04의 기록으로 1500m 세계기록을 세웠고, 1마일에선 이보다 1년 전인 2023년 7월, 4분 7초 64로 세계 기록을 작성했다. 2018년 딸 앨린을 출산 한 뒤에도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었던 키프예곤은 1마일, 4분 벽을 돌파한 최초의 여성이 되기 위해 출발선에 서기로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