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레반의 테러단체 지정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러시아 대법원 판사
러시아 대법원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러시아 내 활동 금지 조치를 해제하라고 결정했다고 타스, AFP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대법원은 이날 비공개회의 뒤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정하는 목록에 포함된 탈레반 운동에 대한 금지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법원은 러시아 검찰청이 탈레반의 테러단체 지정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는 탈레반의 테러단체 지정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이로써 2003년 러시아 테러단체 명단에 오른 탈레반에 대한 금지 조치가 22년 만에 해제됐습니다.
그간 러시아에서 탈레반과 접촉은 처벌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합법적으로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탈레반과 관계를 정상화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각종 국제 행사에 탈레반 대표단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탈레반이 '테러와의 전쟁'의 동맹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은 지난해 3월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AP 통신은 이날 결정에 대해 '탈레반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주러시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이 결정에 감사하다"며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타스 통신에 밝혔습니다.
탈레반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은 여성 인권 탄압 정책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보다 먼저 탈레반을 테러단체 목록에서 지웠고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는 탈레반이 임명한 대사를 인정하며 외교 관계를 맺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