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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97%가 보낸 '경고 신호'…"'자살' 직접 묻는 게 중요"

16년 전 두 딸을 잇따라 떠나 보낸 장연록 씨, 평소와 달랐던 딸들 모습이 마지막 신호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장연록/자살 사망자 유족 : 가족들끼리 찍었던 사진 이런 것들을 참 계속 봐요. 끊임없이 그걸 보더라고요. 죽으려고 그걸 정리한다는 걸 감 히 생각을 못하고….]

아버지를 떠나 보낸 전지훈 씨도 돌이켜보면 당시 아버지 모습이 달라졌었다고 기억합니다.

[전지훈/자살 사망자 유족 : 당시 아버지하고 대화가 거의 없어서 좀 그런 신호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잠을 잘 못 주무시고, 또 해오시던 일들을 좀 버거워하시고, 잘 기억을 못하시거나 ….]

자살 사망자들의 자살하기 전 변화된 모습들이, 바로 '경고 신호'입니다.

2015년부터 9년간 자살 사망자들에 대한 심리 부검 결과, 거의 대부분은(96.6%) 자살하기 전 '경고 신호'를 보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하거나 잠을 잘 못 자고, 밥을 잘 먹지 않거나 무기력해지는 것 등입니다.

하지만 가족들 가운데 이 신호를 인지한 경우는 23.8%에 그쳤습니다.

이 중 43.6%는, 신호를 알아채고도 방법을 몰라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김 모 씨/자살 사망자 유족 : 더 깊게 물어봤어야 되는데 어떤 답변이 올지 그 무거운 답변이 올 것에 대한 저의 두려움이 컸었다고, 이제서야 고백을 하게 되는 거거든요.]

힘들어할 때 좀 더 얘기를 들어주고, 혹시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봤어야 한다는 걸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김 모 씨/자살 사망자 유족 : 나도 그랬어, 아빠도 그랬어, 엄마도 그랬어가 아니라, 너 충분히 지금 너무 힘들구나라고 그 힘든 상황들을 좀 인정해 주는 거 그런 태도가 굉장히 필요한 것 같아요.]

[전지훈/자살 사망자 유족 : 아버지한테 혹시 자살 생각까지 하고 계신지 한번 물어봐 드리지 못한 것도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거든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예방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보고, 듣고, 말하기>, 3단계 대응입니다.

자살 경고 신호를 포착하면, 직접 '자살' 생각이 있는지 묻고, 자살 계획이 확실하면 상담센터, 경찰, 병원 등에 연계하라는 겁니다.

[윤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자살예방홍보부장 : 절대 자기가 먼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나 자살의 위험성이 있다, 라고 얘기하지 못해요. (자살 생각 하는지 직접 물어야) 상대에게 안정감을 주고 대화의 내용이 명확해져요.]

하지만 이런 교육은 지난해 국가기관과 지자체, 각급 학교에 한해서만 연 1회 의무화됐습니다.

살면서 자살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4.7%로 집계됐습니다.

주변의 경고 신호를 빠르게 알아채고 대처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자살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장연록/자살 사망자 유족 : 예방 교육은 여러 사람 모아놓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10명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 1,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요.]

[오강섭/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자살예방교육은) 일종의 정신과적 심폐소생술 같은 것이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누구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된다면 지금 이렇게 높은 자살률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와 국가가 함께 관심을 쏟아야만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취재 : 정성진, 영상취재 : 한일상·김학모·김태훈·강시우, 영상편집 : 박나영, 디자인 : 박태영,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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