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옥산면 감계리에서 한 주민이 산불로 무너진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산불 진화에 물이 동나 밥도 못 지어먹지만, 불 끄는 게 우선이니까요."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나흘째인 오늘(25일) 오전 옥산면 감계리에는 짙은 산불 연기가 안개같이 내리깔린 채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찼습니다.
어딘가에서 불씨가 집으로 날아들까 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감계리 한 주민은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불이 타고 넘었다"며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다 껐다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바람이 불면서 다시 다 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불씨가 안동 쪽으로 타고 넘어갔다"며 "오늘도 바람이 많이 분다는데, 감당이 안 된다"고 탄식했습니다.
밤새 소방대원과 마을 주민이 합심해 산불을 막느라 안간힘을 쏟았지만, 날아드는 불씨는 마을 곳곳을 갉아먹었습니다.
마을 안 여기저기서 불에 탄 집들이 치열했던 밤사이 화재 참상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한 주민은 산불에 폭삭 주저앉은 주택을 망연자실 쳐다봤습니다.
감계리 일부 마을은 물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대가 높은 마을 특성상 물탱크에서 물을 공급받는데, 소방차가 물탱크의 물을 모두 끌어다 쓴 것입니다.
실업2리 주민 김 모(76) 씨는 "소방차가 마을 물탱크에서 물을 퍼가는 바람에 물이 동났다"며 "밥 지을 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제는 마을 양쪽으로 불이 붙어 오도 가도 못했다"며 "마을 이장이 대피하라고 했는데도, 집을 버릴 수 없어 밤새 집을 지켰다"고 말했습니다.
주민 이 모(71) 씨는 "밥 먹는 것보다 불을 끄는 게 우선이니 어쩌겠냐"고 한탄했습니다.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금곡리 주민인 김 모(60) 씨는 "잠자리도 바뀌고 바닥도 딱딱하니 잠을 못 잤다"며 "시간이 갈수록 바람이 더 분다니 걱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전날 오후 4시 10분쯤 이웃한 지자체인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까지 번지며 산불영향 구역이 역대 3번째로 넓은 1만 2천565㏊로 늘었습니다.
당국은 오늘 아침 의성과 안동 산불 현장에 헬기 62대와 소방차, 진화대원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국가 소방동원령이 추가 발령되면서 의성지역에는 소방펌프차 등 장비 226대가 투입됐습니다.
안동에서는 오늘 아침부터 공무원과 산불 전문진화대원 등 500여 명이 산불 현장에 동원됐습니다.
의성군에서는 주민 1천500여 명이 의성읍 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입니다.
안동에서도 길안면 등 주민과 요양원 입소자 등 1천200여 명이 밤사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