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나물국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개운한 맛으로 국과 무침 등에 쓰이는 콩나물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입니다.
콩나물의 씨앗인 대두는 인간의 먹거리와 가축의 사료 등으로 인기 있지만, 싹을 틔워 재배한 콩나물은 한국인들만 먹는다는 내용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콩나물은 다른나라 사람들이 먹지 않는다는 게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콩나물은 중국의 조선족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이 즐겨 먹습니다.
콩나물뿐만 아니라 골뱅이, 번데기, 깻잎, 산낙지, 홍어도 외국인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이색 경험으로 자주 소개될 정도로 한국인에게만 익숙한 대표적인 먹거리입니다.
콩나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재료 중에 하나입니다.
구글에서 영어로 콩나물을 뜻하는 'Soybean sprout'을 검색하면 대부분 'Kongnamul'이라는 한국어 발음까지 병기돼있습니다.
조리법을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과 게시물 역시 대부분 한국식 반찬을 다룹니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콩나물을 최초로 기른 시기는 삼국시대 말이나 고려 초기로 추정됩니다.
935년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울 때 식량 부족으로 허덕이던 군사들에게 콩을 냇물에 담가 싹을 틔워 먹인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값싸고 재배가 쉬워 민가에도 널리 퍼져 콩나물을 주재료로 끓인 국에 대한 기록이 고려시대부터 존재하고, 조선시대에도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구황식품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대두는 원산지가 동아시아로 추정돼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식재료가 아니었습니다.
현재도 콩나물을 음식에 활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우 조선족이 거주하는 동북 지역 등 일부에서 콩나물을 먹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대두의 싹이 아닌 녹두의 싹인 '숙주나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한 먹거리 중에는 콩나물처럼 유독 우리나라만 애용하는 식재료들이 있습니다.
골뱅이는 서울 을지로에 '골뱅이 골목'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먹거리지만, 전 세계 생산량의 절대다수를 우리나라가 소비할 정도로 범용적인 식재료는 아닙니다.
과거 영국 북해에서 골뱅이는 '바다 달팽이' 정도로 생각돼 조업 중 걸려도 버리는 수산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골뱅이가 한국으로 수출되면서 연안 어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효자 상품'이 됐습니다.
골뱅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잡히지만, 수온이 높아 육질이 물러 상품화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길거리 음식이나 술안주로 쓰이는 누에나방의 번데기도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식탁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번데기는 1960∼1970년대 박정희 정부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양잠산업의 발달기부터 식용으로 쓰였습니다.
국가 정책에 발맞추어 도시에 제사(製絲) 공장이 많이 생겨났고, 그 부산물인 번데기가 대량 생산돼 서민들 사이에서 먹거리로 전환된 것입니다.
북한도 번데기는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쌈 채소와 김치, 나물 등으로 먹는 깻잎도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로 볼 수 있습니다.
들깨의 분포지가 아시아에 국한돼있지만, 그중에서도 생잎을 먹는 경우는 우리나라 외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는 깻잎과 비슷하지만, 잎이 더 작은 차조기(시소)를 주로 먹습니다.
한국에서 깻잎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다른 식재료를 뒤덮을 정도로 강렬한 향과 맛이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떡갈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우리나라에서 묵으로 먹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과거 흉년일 때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뿐 가축의 사료라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우리 민족은 석기시대부터 도토리를 채집해 먹었는데, 서울 강동구 암사동,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황해도 봉산군 지탑리 등 유적에서 그 흔적이 발견됩니다.
'고려사'에는 충선왕이 흉년이 들자 백성을 생각하여 반찬의 수를 줄이고 도토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쓰이는 식재료지만 우리나라의 조리법이 특이한 음식도 있습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산낙지를 통으로 씹어먹는 명장면이 해외 관객 사이에서는 충격이었다는 후문은 유명합니다.
애초 낙지와 문어, 오징어 등을 포함하는 두족류는 지중해 연안 국가와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주목받는 식재료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서·북유럽은 다리가 여러 개인 신화 속 바다 괴물 '크라켄'의 이미지가 강해 두족류를 문화적으로 기피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각국의 식문화가 세계로 전파되면서 두족류와 관련한 요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남유럽식 요리일 뿐 살아있는 낙지를 먹는 문화는 없습니다.
일부 국가는 동물권 보호 차원에서 무척추동물을 산 채로 먹는 것을 금지하기도 합니다.
홍어도 한국에서는 고가품으로 분류되지만 일본,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의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먹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서 주인공이 수리남 현지에서 인기 없는 홍어를 수입하기 위해 건너갔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특히 홍어를 삭혔을 때 나는 악취는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삭힌 청어)과 함께 유명합니다.
한국인의 '밥도둑' 간장게장도 게를 이용한 우리만의 고유한 조리법입니다.
게장은 '규합총서', '주방문', '시의전서' 등 조선시대 문헌과 고려시대 유물 등에서 역사가 확인됩니다.
흔히 게장은 '양념게장', '간장게장'으로 구별하지만, 간장게장은 1990년대 개발된 양념게장과 구분하기 위해 생긴 용어고, 이전에 게장은 모두 간장게장을 뜻했습니다.
게장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식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간장을 즐겨 쓰고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일본의 식습관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