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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 말고 X? 그런 건 없다"는 트럼…'DEI 폐지' 이유는? [스프]

글로벌스프
 

지구 저편엔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깊이 있고 생생한 글로벌 지식뉴스를 전해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 여러 가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관세라든가 외국인 추방 같이 우리하고 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이는 정책들은 많이 보도가 됐고 알고 계실 텐데 미국에서 어떻게 보면 이거보다 더 큰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이슈지만 한국에 좀 보도량이 적은 내용이 있습니다. 

DEI와 관련된 정책이에요. 짧게 말씀드리면 다양성과 관련된 정책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다양한 인종, 성별, 출신 등을 동등하게, 평등하게 대우를 해주고 기회를 주자, 포용하자는 정책들을 미국에서 DEI 정책이라고 부릅니다. 다양성 정책이라고 여기서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글로벌스프미국에 오시면 무지개 깃발 같은 게 보인다거나 '내 출신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자'라는 뜻인 '프라이드'가 써 있는 곳을 가시면 '이곳에 있는 개인 혹은 기관들은 DEI 정책을 지지하는 곳이구나'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문제를 가지고 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버드라이트. 미국의 맥주. 미국에서 한 20년 넘게 1등을 계속 달려온 버드와이저죠. 미국의 맥주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2년 전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미국에서 매년 3월에 대학 농구 토너먼트가 벌어져요. 굉장히 열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이 회사가 생각할 때 '아, 이 젊은 사람들한테 우리 맥주를 좀 홍보를 해야 되겠다. 많이 팔리게 해야 되겠다'라고 해서 2년 전에 2023년에 트랜스젠더에게 홍보를 부탁한 거예요. 900만 명이 넘는 팔로우를 갖고 있는 트랜스젠더인데 영화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 분장과 옷을 입고 본인의 인스타그램에서 홍보를 한 겁니다. 버드라이트 많이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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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광고가 나간 이후에 역풍이 붑니다. 버드라이트는 중장년 남성들, 서민층이 주요 고객인데 이 주요 고객층에서 '미국 국민 맥주를 이렇게 홍보를 해도 되냐'라는 반발이 일어난 거죠. 그래서 인터넷에 맥주를 쌓아놓고 기관총을 쏘기도 하고 막 배트로 쳐서 캔을 터뜨리기도 하고 반발하는 영상들이 줄이어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서 순식간에 25% 이상 판매가 꺾였고요. 20년 넘게 이어오던 1등 자리를 멕시코의 모델로라는 맥주한테 뺏기고 3위로 내려온 다음에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상당히 살얼음판 같은 문제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딱 취임을 하면서 이걸 물 위로 끌어올린 거죠. 'DEI 이제 안 된다' 취임사에서부터 '미국의 성별은 남자와 여자밖에 없다.' 그리고 공공기관 등에 DEI 관련한 다양성 부서가 있고 담당자가 있고 했었는데 이걸 다 없애버립니다. 

그러면서 취임 직후에 워싱턴에서 비행기가 떨어져서 큰 사고가 난 적이 있잖아요. 그때도 '바이든 대통령이 다양성을 가지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았으면 이런 사고가 안 났을 텐데, 능력 없는 사람들을 뽑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뒤에 여성 청소년들을 세워놓고 여성 스포츠에 트랜스젠더의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우리는 여성 운동선수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수호할 것이며 남성들이 우리 여성과 소녀들을 구타하고 다치게 하고, 속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여성 스포츠는 여성만의 전유물이 될 것입니다.
글로벌스프미국에서 상당히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한번 좀 짚어봐야 돼요. 이게 어떻게 흘러온 건지. 미국에서 다양성 문제를 얘기를 할 때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마틴 루터 킹 목사입니다. 1960년대 초반에 비폭력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자라고 부르짖었던 사람이고요. 들어보시면 대부분 '아, 그 사람' 하실 거예요. 1963년에 'I have a dream'이라는,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해지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해서, 지금도 이 사람 태어난 날은 미국에서 마틴 루터 킹 데이라는 공휴일입니다. 그만큼 영향력을 많이 미쳤고 그 운동 이후로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로 흘러왔습니다.

길게 설명드리기보다 한 번에 여러분들에게 이해를 시켜드릴 수가 있는데, 디즈니가 이 문제에서 상당히 앞서온 회사입니다. 디즈니 작품 중에 우리가 모르고 봤지만 "아~ 그게 그런 뜻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그런 작품들이 있어요. '라따뚜이' 2007년 작품이고요. '주토피아'가 2016년 작품입니다.
글로벌스프'라따뚜이' 보신 분들 알겠지만 생쥐가 신분의 벽을 넘어서 셰프가 되죠. '주토피아'도 힘센 사람들이 경찰관이 될 수 있는데 연약한 토끼가 우여곡절 끝에 경찰관으로 인정받고 성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캐치프레이즈 같은 주제어가 있죠. '라따뚜이'는 'Anyone can cook'입니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 능력만 있다면, 재능만 있다면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가 주제어고, '주토피아'는 'Try Everything', '모든 걸 다 도전하고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 저래서 인종적으로나 능력으로나 차별을 받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좋지 않겠구나. 저런 사람들이 다 자기의 능력을 발휘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은연 중에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지난 60년 동안 미국 사회가 나아갔던 겁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흐름이 그전에 60년 동안 흘러왔던 것보다 너무 빨리 속도가 붙었다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2020년에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백인 경찰관 무릎에 목이 눌리면서 질식사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 이후에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이 중요하다'라는 흑인 인권 운동 혹은 소수자 인권 운동으로 번지면서 11월에 벌어진 대선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 굉장히 싫어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는 데 상당히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민주당 출신이기도 하고 이런 흐름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았고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에 속도가 굉장히 빨리 붙는데 특히나 인종 문제도 그렇지만 성별 문제를 가지고도 상당히 많은 흐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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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는 미국 여권에 남자와 여자만 있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X'라는 성별을 만듭니다. '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권에 X를 찍을 수 있게 해줬어요. 

동시에 상당히 많은 미국의 공공기관이라든가 여러 곳에 가면 '젠더 뉴트럴' 표지판을 볼 수가 있습니다. 화장실을 터버렸습니다. 남자, 여자 화장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쪽은 치마인데 한쪽은 바지'예요. 남녀라는 구분이 없다라는 거죠. 이런 흐름들을 공공기관에서 대표적으로 진행을 해 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을 하면서 '남자와 여자밖에 없다, 이런 거 없다'라고 얘기를 하게 된 거죠.
글로벌스프더 나아가서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가는데 왜냐하면 트렌디해진 거기 때문에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큰 흐름이고 뭔가 내가 앞장서서 하면 뭔가 각광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버드라이트도 그런 홍보를 했던 거고요. 영화 부분에서도 특히 이것에 앞장선 회사가 디즈니입니다. 흑인 배우를 기용한 인어 공주 영화를 만들었고 다음 달 개봉 예정인 '백설공주'에는 어머니가 콜롬비아계인 중남미계 여성을 기용을 해서 내용을 좀 바꿨대요. '폭설에서 부모님을 잃고 살아남은 공주, 그래서 스노우 화이트다' 이렇게 좀 바꿔서 다양성을 기울인 영화들을 디즈니가 앞장서서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게 문화 예술계에서 더 받아들여져서 작년부터 아카데미 작품상 기준이 바뀌었어요. 작품상 후보에 올라가려면 주연 주조연 중에 1명 이상, 그리고 스텝 중 일정 수준 이상, 영화사의 주요 직책을 맡은 사람 중에 일부가 인종적으로나 성별적으로나 소수가 들어가 있어야 됩니다. 이런 기준을 충족해야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가 될 수 있어요. 지난 한 4년 사이에 흐름이 빨리 바뀌어 왔던 거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화나죠. 본인과 이미 성향적으로도 차이가 큰 데다가 '내가 저것만 아니었으면 재선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자마자 뒤엎기 시작하는 거죠. 일론 머스크를 앞세워서 정부 기관의 예산을 줄이고 있는데 지금 나오는 얘기로는 지금까지 줄인 예산의 절반 이상이 다양성 관련 예산을 줄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국 국내에서는 다양성 문제를 상당히 강력하게 부르짖으면서 없애가고 있습니다.

근데 이 문제에 대해서 미국 국민들 생각은 그럼 어떠냐, 이걸 한번 짚어봐야 되겠죠. 2003년에 퓨리서치 센터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일반의 영역에서도 적용이 됐었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DEI 정책을 펼치고 있는 회사들이 많았거든요. 국민들한테 의견을 물었습니다. '옳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56%, '아니다'라는 사람이 16%였어요. 28%는 무응답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다시 초에 조사를 해 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DEI 폐지 정책에 대해서 물었어요.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5%,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0%. 그러니까 옳다는 쪽이 더 많죠.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여러 가지 정책을 급진적으로 내면서 반대가 많은 정책들도 꽤 있습니다마는 이 정책에 대해서는 옳다고 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은. 앞에 거랑 비교를 해보자면 아까 (다양성 정책이) 싫다고 말한 사람과 대답을 안 했던 사람들이 뭉쳐서 트럼프 대통령의 DEI 폐지 정책에 대해서 지지를 하고 있다고 해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사회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를 좀 꺼려했던, '입 밖으로 내면 뭔가 뒤처진 사람 같고 꼰대 같고'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와서 DEI 폐지 정책을 펼친 이후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적어도 팽팽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그것에 대해서 내가 불만을 갖고 있었다라는 걸 이제 드러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어떤 식으로 발현이 되느냐. 트럼프 대통령이 이걸 진행을 하면서 정부 기관뿐만이 아니라 '민간에도 DEI 없애라'라는 얘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 이 회사는 타깃이라는 회사입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벌어진 게 미네소타 쪽인데 거기에 본사가 있는 미국의 3대 유통업체예요. 그러니까 그 지역의 분위기가 '빨리 우리도 DEI를 하고 당신들도 동참해라' 그랬던 분위기일 것 아니에요? 그래서 타깃이 그 이후에 프라이드먼스라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무지개죠. 자신감을 갖자.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행사를 매년 한 달씩 모아서 했는데 문제가 뭐냐. 이 행사를 진행한 이후로 역시 이 회사도 매출이 상당히 꺾였고 주가도 떨어지고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도 받아들여라'라고 하는 순간 제일 먼저 나서서 '그런 거 안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회사가 바로 타깃이었어요. 그래서 타깃이 지금 누구의 타깃이 됐느냐. 소수자들에게는 보이콧의 타깃이 됐습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워낙 이윤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여파를 겪더라도 지금은 접는 게 더 유리하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런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냐? 되짚어보자면 대부분의 개혁은 Top-Down, 어떤 제도가 만들어지면 국민들이 거기에 따라가는 형태로 가게 돼 있습니다. 워낙 생활이 바쁘기 때문에 '우리 이거 바꿔주세요' 이렇게 국민들이 먼저 얘기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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