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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룰' 실패했는데 10% 지켜라?…페트 재활용 어떻게 바뀌나 [스프]

[지구력] 혼합 수거한 폐페트 식음료병 허용, 게임체인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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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플라스틱 중에서도 페트 소재의 음료병을 사용 후 다시 같은 식음료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을 '보틀 투 보틀'(B2B)이라고 합니다. 기존에는 인형 솜이나 공사 현장에서의 파이프 제조 등에 쓰이는 저급 재활용이 대부분이었죠. 이런 재활용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한 차례 재활용에 그칠 뿐 추가 반복적인 활용은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보틀 투 보틀'은 신재 페트 원료와 섞어 여러 차례 반영구적으로 되풀이해 같은 용도의 음료병으로 쓸 수 있는 만큼 훨씬 더 뛰어난 재활용 방식으로 꼽힙니다. EU는 올해까지 식품용 페트 제조 시 재생 원료 사용 비중을 25%까지 올리도록 의무화했고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식음료 페트뿐 아니라 플라스틱 포장재에 올해까지 25%, 2030년까지 50% 재생 원료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유럽 역시 페트를 넘어 모든 플라스틱병류로 재생 원료 의무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모든 플라스틱병류에 대해 2030년까지 30% 의무 사용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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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생 페트 3% 룰, 2년 만에 실패... 왜?

우리 정부가 지난 2023년 페트 원료 생산업체에게 재활용을 통해 확보된 재생 페트 원료를 의무적으로 섞어 쓰도록 의무화한 데에도 이같은 '보틀 투 보틀' 확대가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당시 도입한 규제는 페트 원료를 연간 1만 톤 이상 만드는 생산자에게 재생 페트를 3% 이상 섞어 쓰도록 사용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4년의 경우 환경부 집계 결과 롯데케미칼 등 의무 대상자들의 재생 원료 사용률은 0.4%에 그쳤습니다. 법정 규제의 약 1/10에 불과했던 겁니다.

원인은 뭘까요. 수요, 공급 모두 문제가 있었습니다. 재생 원료 수요 측면에서는 재생 의무 설정의 초점이 잘못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재생 원료를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식음료 회사를 빼놓은 채 원료 물질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게 잘못 됐다는 겁니다. 23년 규제 도입 때부터 이같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원료 물질 생산자 규제를 강행한 건 원료 생산업체가 국내 몇 군데 안 되는 만큼 훨씬 실효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신재 페트 원료보다 50%가량 단가가 높은 재활용 재생칩을 주문하려는 식음료 기업들이 나타나지 않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재활용 페트병을 사용한다며 일부 물량에 대해서만 보여주기식으로 쓰는 데 그친 겁니다.

재생 원료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컸습니다. 식음료 포장재에 쓰이는 만큼 식품 포장 안전성이 주요한 관심 사항이었습니다. 이같은 고품질의 재활용 페트병을 얻기 위해서 환경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죠. 이른바 무색 페트 별도 분리배출이라는 겁니다. 종전에는 PE, PS 등 다양한 플라스틱류를 모두 한데 섞어 혼합 배출했는데, 여기에 추가로 수거망을 만들어 투명 페트병만 따로 모으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노력해 분리배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 뒷단에서도 분리 처리할 작업 라인 등 별도 공정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지만 선별업계 형편상 그렇게 되지 못했고요. 대부분 선별업체에선 다른 재질 재활용 플라스틱과 뒤섞여 혼합 처리되는 종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저급 재활용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2024년의 경우 무색 페트 별도 수거를 통해 페트 재생 원료로 만들어진 분량이 1천728톤이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무색 페트 별도 수거량 자체는 3만 7천 톤입니다만 이 중 실제로 재생 원료로 만들어진 물량은 1천728톤이라는 의미입니다.) 연간 음료 및 생수병용으로 쓰이는 페트 물량 32만 톤에 비하면 0.5%가 '보틀 투 보틀'을 통해 재사용된 겁니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무색 페트 별도 배출'의 실상입니다.
 

'3% 룰' 실패했는데 오히려 '10% 룰'로 껑충 강화?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단추가 잘못 꿰어진 페트 재생 원료 의무 사용 규제를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2026년부터 해당 규제 적용 대상, 즉 해당 재활용지정사업자를 롯데케미칼 같은 페트 생산업자가(연간 1만 톤 이상 생산) 아니라 최종 사용자인 롯데칠성, 코카콜라 등 식음료 업체로(연간 5천 톤 이상 페트 사용)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또 의무 사용률도 기존 3%에서 10%로 껑충 높여 적용합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이 비율을 30%로 높이겠다고도 밝혔습니다.
▷ 재생 페트 10% 의무화... 재활용 이번엔 성공?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리포트, SBS 8뉴스, 2025년 2월 21일)

환경부가 재작년 도입한 재생 원료 의무 사용제의 사실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렇듯 강도 높은 목표 설정을 한 건 왜일까요?

여기엔 지난해 바뀐 또 다른 제도가 작용했습니다. 위에서 보틀 투 보틀 활성화의 공급 측면상 걸림돌로 투명 페트 별도 배출 제도를 말씀드렸는데요. 이같은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부가 지난해 '식품 용기 사용 재생 원료 기준'이란 걸 개정했습니다. 투명 페트로 별도 수거된 물량뿐 아니라 기존 방식대로 혼합 수거된 재활용 플라스틱 가운데 폐페트도 일정한 공정 기준을 거치면 식음료용 재생 원료로 쓰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겁니다.
 

혼합 수거 폐페트도 B2B 허용... 이게 게임체인저?

재활용 업계 관계자에게 확인해 보니 현재 이런 공정을 갖췄거나 준비 중인 업체들의 공정 규모를 모두 감안하면 연간 8만 톤의 보틀 투 보틀 재생 원료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내 연간 전체 물량 32만 톤 가운데 환경부가 내년에 내건 재생 의무량 10% 목표치는 2만 톤 규모입니다. 10% 규제는 5천 톤 이상 사용 업체로 한정하기 때문인데요. 이 제한에 따르면 연간 대상 규모는 20만 톤입니다. 내년 규제치 10%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환경부로 하여금 규제 강화에 나서게 만든 배경으로 보입니다.

일단 지난해 규제 완화 이후 첫 해엔 혼합 수거를 통한 재생 페트 생산량은 113톤 수준이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재활용 업체들의 설비 준비와 관련 허가 신청이 이뤄지는 중인 만큼 가동이 본격화되면 큰 폭으로 늘어날 거라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시민들 애먹는 투명 페트 별도 배출, 지속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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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종전처럼 아파트에서 여러 플라스틱을 뒤섞어 배출하더라도 선별 및 재활용 업체 공정을 통해 식음료용 고품질 재생 페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시민들이 힘들여 투명 페트만 라벨을 떼어내고 별도로 모아 배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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