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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러시아로 만들자?…트럼프의 군 법무관 해임이 시사하는 것"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Trump's Decision to Fire the JAG Generals Gives the Game Away, by David French

0304 뉴욕타임스 번역
 

* 데이비드 프렌치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국방부의 고위 군 지휘관 여럿을 느닷없이 해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는 정상적인 면이나 용인할 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다. 미군의 신뢰성과 정통성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다.

대통령이 장군을 해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때로는 필요한 일이고, 현명한 결정일 때도 있다. 에이브럼 링컨 대통령이 율리시스 그랜트를 북군 사령관에 앉히기 전까지 성과가 부족했던 사령관들을 잇달아 해임했을 때처럼 말이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한국전쟁이 가장 위험했던 시기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자 그를 해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첫 임기 초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맥키어넌 장군을 해임했고, 그 후임인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 휘하의 주요 인사가 롤링스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무례한 태도를 보이자, 맥크리스털 장군마저 해임했다.

위에 언급한 해임 사례에는 모두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명확하고도 흔한 이유는 전장에서의 성과 부족 또는 항명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국방부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찰스 Q. 브라운 주니어 합참의장, 리사 프란체티 해군참모총장, 제임스 슬라이프 공군참모차장을 해임했다. 가장 불길한 것은 육, 해, 공군의 최고 법률 책임자들까지 무더기로 해임된 점이다.

이들 가운데 명령을 거부하거나 실패한 전쟁을 지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브라운 장군의 가장 큰 죄는 군대 내 다양성 확대 노력을 지지한 것이었다. 일례로 브라운은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에 살해된 뒤 흑인 공군 장교로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4분짜리 영상을 촬영해 공개했다. 당시 폭스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이번에 국방장관이 된 피트 헥세스는 브라운이 피부색 덕분에 합참의장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헥세스 장관은 오랫동안 군 법무관이라는 자리를 경멸해 왔다. 그는 2024년에 낸 저서 "전사들에 대한 전쟁(The War on Warriors)"에서 군 법무관들을 "무능하고 게으른 놈들(jackoffs)"로 비하하며, 지나치게 제한적인 교전 수칙과 미군이 전쟁범죄로 기소되는 게 군 법무관 탓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이례적인 해임 조치는 이례적인 임명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은 브라운 장군의 후임으로 댄 '레이진' 케인 장군을 합참의장으로 지명했다. 케인은 은퇴한 공군 중장으로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와 같은 주요 전투 사령부를 지휘해 본 경험이 없고, 주요 직책을 맡아본 적도 없다.

트럼프는 이전부터 케인 장군을 높이 평가해 왔다. 그는 케인이 첫 임기 때 자신에게 "ISIS와의 싸움을 단 일주일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케인이 트럼프를 "사랑"하며 트럼프를 위해서는 "사람도 죽일 수 있다"고 말했고, 자신 앞에서 MAGA 모자를 쓰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주장과는 다른 이야기들도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케인 장군의 전 동료는 그를 겸손하고 청렴한 인물로 묘사했다. 해당 보도는 "케인과 함께 복무한 군 관계자"를 인용해 케인이 "MAGA 모자를 갖고 있지 않으며 쓴 적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케인의 개인적인 면모와 관계없이 트럼프의 이번 임명은 그가 대통령으로서 반복해 온 행위와 그 패턴이 완벽히 일치한다. 더 유능한 인사를 해임하고 자격이 부족한 이례적인 인물을 후임으로 임명한 다음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패턴이다.

문제는 단순히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가 고위급 장성들을 해임하고 자신이 충성파로 여기는 인물들로 그 자리를 채우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1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트럼프의 가장 위험하고 잔인한 충동을 적극적으로 저지한 것은 바로 군의 고위급 장교들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임스 매티스 장군이 국방장관직에서 물러난 것은 트럼프가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 동맹군을 버리고 성급히 철수하라고 명령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후 러시아 용병들은 미군이 버리고 간 기지를 점령하고, 철수 중인 미군을 조롱하는 영상을 올렸다.

매티스 장관에 이어 국방장관이 된 마크 에스퍼 역시 2020년 트럼프가 내란법(Resurrection Act)을 발동해 미국 각지의 질서 유지에 군대를 동원하려 하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격노했다. 에스퍼는 백악관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요구한 트럼프의 명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2020년 6월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시위대들) 그냥 쏴버리면 안 되나? 다리나 뭐 그런 델 쏘면 되잖아?"

트럼프는 국경을 넘어오는 비무장 이민자들을 향해 발포하자는 제안도 여러 차례 했다.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을 침략자로 취급한 것이다.

트럼프는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에 대해서도 특별한 적개심을 품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밀리는 트럼프 본인이 첫 임기 때 직접 합참의장으로 지명한 인물이다. '밀리의 죄'는 워싱턴 D.C. 라파예트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연방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한 직후 한 성공회 교회에서 군복을 입은 채 트럼프와 사진에 찍힌 점을 사과한 일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밀리와 에스퍼를 대동한 채 공원을 가로질러 교회로 향했다.

2024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는 "밀리는 사형에 처해도 싸다"고 이야기했다. 죄목은 자신의 첫 임기가 끝나갈 무렵 밀리가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인 리쭤청과 두 차례 통화했다는 것이었다. 밀리가 리쭤청에게 처음 전화를 건 것은 미국이 핵보유국인 중국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일러두기 위해서였다. 당시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우려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통화는 2021년 1월 6일에 있었는데, 미국의 상황이 안정적임을 중국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밀리는 리쭤청에게 미국이 "100%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고위급 군 장교들은 트럼프가 첫 임기 말에 내린 무모한 명령에도 반기를 들었다. 임기 전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에서 완전 철수, 독일에서 미군 완전 철수를 지시했던 명령이 그렇다.

트럼프의 이런 명령은 군 수뇌부뿐 아니라 트럼프 본인이 직접 임명한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행정부 인사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트럼프는 지시를 철회했고 갑작스러운 군 철수는 무산됐다.

여기서 잠시 한발 물러서서 각 사건을 돌아보자. 군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 세계의 동맹국들을 저버리는 행위를 나서서 저지했고, 군을 동원해 민간인에게 발포하는 사태를 막아냈으며, 정치적 홍보를 위한 사진 촬영에 군 지도부를 동원하는 건 옳지 않다며 반기를 들었다. 대통령에게 항명한 것이 아니라 조언을 한 것이지만, 좋게 돌려 말하자면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조언을 했던 것이다.

물론 군의 행위가 매번 적절했던 것은 아니었다. 엑시오스의 조너선 스완과 재커리 바수가 2021년에 보도한 대로,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등 트럼프를 "고의로 속인" 국방부 관계자들도 있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의 시리아 특사였던 짐 제프리는 "우리는 늘 속임수를 써서 우리 병력 규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지도부가 알 수 없게 꾸몄다"고 말했다.

이는 명백히 부적절한 불복종에 해당하며, 이러한 기만에 가담한 이들은 해임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난주에 해임한 고위 군 장교들이 그런 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트럼프의 군 법무관 해임 조치를 살펴보면 속내가 명확히 드러난다. 나는 육군 예비군 소속 군 법무관으로 복무했고, 2007년 이른바 '서지(Surge) 작전'으로 불린 이라크 안정화 작전 때 파병되기도 했다. 또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2010년 '키 리졸브(Key Resolve)'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는 한국에 배치된 경험도 있다.

나는 군에서 법무관들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지휘관에게 법률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참모로서, 전투에서 군을 지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적 기준은 전투 작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병사들이 사용할 전술에서부터 지휘관이 배치할 무기, 포로를 대우하는 방식까지 법률은 수많은 일에 적용된다.

군 법무관을 해임한다고 해서 법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지휘관이 제대로 된 법률 조언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군 소속 법률가들이 정치 지도자의 눈치를 보느라 솔직하고 객관적인 법률 조언을 못 한다면 미군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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