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프] 당신을 뒤흔드는 무례한 말, 극복이 쉽지 않은 까닭

[스프칼럼] 말로 만든 벙커, 방해 말(trash talk) (글 : 김태훈 교수)

스프칼럼
"아... 지금 그 퍼팅하기 전에 할 말이 있는데... 내가 IRS(미국 국세청)와 연관되어 있다는 거 잊지 마시오."
"이번 샷은 부담이 크겠는데요... 미국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 느끼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했던 방해 말(trash talk)*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해 말로 유명하다. 2015년에 NBA 선수 레이 앨런(Ray Allen) 그리고 스테픈 커리(Stephen Curry) 부자와의 라운딩에서, 2017년에는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 NBA 선수 크리스 폴(Chris Paul), 배우 앤서니 앤더슨(Anthony Anderson)과의 라운딩에서 경기 내내 방해 말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 trash talk를 의미하는 한국어가 없고 골프에서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구찌'라는 말을 쓰고 있다. trash talk를 하는 이유가 상대방을 동요하게 만들어 샷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점에서 본 원고에서는 '방해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매너와 예의를 중시하는 골프 경기에 상대방의 플레이를 망치는 방해 말은 언뜻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골프는 따로 심판이 있지 않아서 선수들이 스스로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를 갖추어 경쟁자와 관중을 대해야 한다. 이런 골프에서 방해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방해 말을 사용하는 정도를 보면 굉장히 과격한 경기로 알려진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Rosaforte, 2007).

골프를 하면서 방해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표현으로 상대방을 말의 벙커에 빠지게 만들어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쉽지 않고, 때로 경기 전체를 망치게 만들기도 한다. 실력이 높다고 해서 괜찮은 것도 아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는 그가 주니어일 때부터 그런 상황을 가정하고 연습을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방해 말로 인해 계획한 샷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칼럼에서 자세하게 살펴보자.

방해 말은 무엇인가?

방해 말은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적 모욕이나 위협으로 정의한다. 상대방의 특징, 특성, 경험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하여 집중을 방해하고 혼란을 초래하며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든다.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경기에서 방해 말을 사용하는 비율은 무려 98%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한 비율은 22%로 나타났다(Rainey & Granito, 2010, Normative rules for trash talk among college athletes: An exploratory study. Journal of Sport Behavior, 33, 280–291).

기록에 의하면, 골프 경기에서 방해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대략 20세기 초로 보인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선수로 무려 11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보유한 월터 하겐(Walter Hagen)은 경기 중 전혀 주저하지 않고 방해 말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최근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 필 미켈슨(Phil Mickelson)은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방해 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발목 인대 부상으로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로리 매킬로이(Rory McIloy)에게 계단 내려갈 때 발목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조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방해 말이 샷을 망치는 이유

골프
방해 말이 샷을 망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스윙 자체에 관한 방해 말로 인해 스윙의 특정 요소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샷을 망칠 수 있다. 골프 스윙은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으로 수행하는 행동이다. 절차적 기억은 특정 행동의 과정에 관한 기억으로 의식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행동을 시작하고 나면 자동적으로 일련의 단계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오늘은 손목 각도가 예전과 조금 다른 것 같은데...'라는 방해 말을 들었다고 해 보자. 그 순간 갑자기 손목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절차적 기억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던 스윙을 손목 각도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분석하기 시작하고, 일종의 마비 현상이 발생하면서 샷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