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도심 한복판인 서울광장 아래에는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비밀공간이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 만든 거고, 어디에 쓰려던 건지도 아직 밝혀진 게 없는데, 그 현장을 권지윤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흡사 지하갱도처럼 길쭉하게 펼쳐진 황량한 공간,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곳인데, 가까이서는 익숙한 지하철 소리가 들립니다.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입구역 서울장난감도서관 입구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나타나는 이곳은, 40년간 공개된 적 없는 비밀공간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지상에는 시청광장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그 밑에는 시티스타몰(지하상가)이 있고, 저희 하부(비밀공간 아래)에는 지하철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서울광장 13m 아래에 있는데, 폭은 9.5m, 높이 4.5m, 총 길이는 335m, 면적만 3천182㎡에 달합니다.
지난 1983년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지하철건설본부가 시청역 지하상가와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수적인 공간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정확한 완성 시기나 활용 목적이 사료 등으로 밝혀진 건 없습니다.
오랜 시간 개방된 적이 없다 보니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고, 걷다 보면 동굴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종유석까지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근대 배수로라고 일제시대 때 서울에 거의 최초로 하수관을 만들었습니다. 근대 배수로가 통로(비밀공간) 위로 지나갑니다. (배수로) 물이 뭔가 좀 영향을 준 것 아닐까(추측합니다.)]
서울시는 숨겨져 있던 이 공간이 도시 역사의 산물과 같다고 평가하고, 한시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3주간 시민 체험을 허용하고, 시민 공모를 통해 비밀공간의 활용 용도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주용진, 영상편집 : 오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