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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쌍수' 든 바이든 바라는 것…문 대통령이 반대했던 그것?

[월드리포트] '쌍수' 든 바이든 바라는 것…문 대통령이 반대했던 그것?
우리 정부가 국내 반발 여론에도 강제동원 최종안을 발표했습니다. 일본은 사실상 '완승'이란 평가 속에 호응하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양국 간 과거사 문제였지만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환영, 아니 '대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오늘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 간에 협력과 파트너십의 신기원적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더 안전하고 더 안심할 수 있으며, 더 번영하는 한국과 일본 국민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중차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이번 새 합의를 지속적인 진전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가는 동안 미국은 양국 정상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한일 양국의 발표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미국 현지 시간으로 늦은 밤, 그것도 바이든 대통령 명의 성명으로 즉시 발표됐습니다. 지난달 18일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낸 게 전부였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이례적인 건지 알 수 있습니다. 내용상으로도 북한 미사일 발사 때 성명이 틀에 박힌 보도자료 수준이었던 반면, 이번 발표는 '신기원적인 새 장'(groundbreaking new chapter)이라거나 '역사적'(historic)이란 미사여구까지 동원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별도 성명을 내고 "민감한 과거사 현안들의 논의 결론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오늘 역사적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그리고 양국 정부를 향해 그들의 용기와 비전을 들어 찬사를 보낸다"며 "국제사회도 이 기념비적인 성취에 대한 우리의 찬사에 동참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성명은 오히려 '담백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미, 한일 현안 해법에 촉각"…미국 발목 잡은 한일 과거사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미국의 이런 반응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김 실장은 '당사국은 아니지만 한일 과거사 문제를 미국과도 협의하느냐'는 질문에 "한일 관계 협의 과정에 대해서 미국은 어떤 나라보다 관심을 보여왔다"면서 "한일 현안 해법 대해서 미국이 촉각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한일 간 논의에 주의를 기울여왔던 만큼 이미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고 한일 양국의 발표 시점에 맞춰 '준비된 멘트'를 내놓은 거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준비된 성명이라고 해도 미국이 이렇게까지 쌍수 들어 지지와 환영 의사를 밝히는 건 역시나 이례적입니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보도된 것처럼 이유는 이제야 미국이 바라던 한미일 공조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처럼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군사와 외교, 경제 모든 면에서 아직 세계 최강이지만 예전과 같은 슈퍼 파워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미국에게 최대이자 유일의 패권 경쟁국이 바로 중국입니다. 그 중국과의 첫 결전 무대는 좁게는 동북아,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입니다. 그런 첨예한 곳에 위치한, 그것도 조약으로 맺은 몇 안 되는 동맹국이 바로 한국과 일본입니다. 중국 턱밑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는 동시에 군사력과 경제력 면에서도 중국을 압박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두 나라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과거사 문제가 늘 발목을 잡았고 위안부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대립이 격화되면서 지난 2019년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일명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미국은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중국과 북한만 득을 보게 될 거라며 양국을 압박했지만 끝내 조정에 실패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시, 발사 초기 정보는 우리나라가, 이후 탄착 지점 등 정보는 일본이 우위를 갖고 있었지만 양측이 협력을 끊으면서 미국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군사동맹 수준?…미국이 바라는 한미일 공조 어디까지

한미일, 대북 제재

그렇다면 한일 과거사 문제 정리를 통해 미국이 바라는 건 뭘까요?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건 이미 나온 이야기입니다만 어느 수준까지 인지가 관건입니다. 지난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한미일 정상 업무 오찬 도중 아베 일본 총리 면전에서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문 대통령의 말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해한다'고 대답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미일 공조가 긴밀해져야 하는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지, 이 공조가 3국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가능성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군사동맹이 가능할 만큼 한일 관계가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군사동맹으로 갈 경우, 합동군사훈련 시 일본 자위대가 한국의 영해와 영공에 들어와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이를 선뜻 용납하기 어려운 데다,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걸로 보입니다.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국민 정서상 한미동맹은 굳건히 해야겠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제한적 협력관계로밖에 갈 수 없다"면서 "군사동맹으로 이어진다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한일 과거사 해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한미일 공조 수준이 적어도 현재 수준은 아닐 겁니다. 한미일 군사동맹까지는 아닐지라도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명목 아래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 도발을 막는데 보다 긴밀한 군사적, 경제적 협력을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가 중국이 경계하는 한미일 공조 형태로 견제에 나서고, 또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일본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자칫 내우외환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잘 해보려 한 일이라고 늘 결과가 좋을 수는 없지만 뻔히 우려되는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건 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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