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를 찾을 때까지 엄마를 대신해줄게요. 이제부터는 엄마라 불러요."
20살 때 딸을 낳아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 모 씨(61)는 덴마크에 입양된 한인 신선희(선희 엥겔스토프·38) 씨의 손에 자신의 옥반지를 빼서 끼워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씨와 신 씨는 지난주 동대구역에서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로부터 도움을 받아 만났습니다.
둘은 모녀 관계인 줄 알고 유전자(DNA) 검사를 했지만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서로를 위로해 주기 위해 만났고, 앞으로 모녀 사이가 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들의 특별한 만남을 지켜본 이정민 입양인지원센터 대리는 만남 당시 상황과 입양 자료 등을 오늘(1일) 언론에 보내왔습니다.
이 씨는 "너의 친엄마도 보고 싶어하겠지만 사정이 있어 나서지 못할 수 있다. 선한 너의 얼굴을 보니, 분명 엄마도 좋은 사람일 것 같다"고 위로했습니다.
이에 선희 씨는 "입양 보낸 딸도 친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을 겁니다. 희망을 놓지 마세요"라고 말한 뒤 반지를 받은 것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고는 "해외 입양인 커뮤니티에서 친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선희 씨는 미혼모의 출산과 입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를 잊지 마세요'(Forget Me Not)의 감독입니다.
1982년 6월 20일 부산 안락조산소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4개월 때 덴마크에 입양됐습니다.
당시 친모는 '19살의 미혼모'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Forget Me Not' 개봉과 함께 영화제에 참가하고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이 프로를 시청하던 이 씨는 선희 씨의 모습을 보고는 입양 보낸 딸이 아닐까 싶어 즉시 방송사에 연락했습니다.
둘은 아동권리보장원의 지원을 받아 DNA 검사를 했지만, 친자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선희 씨는 "다른 입장에서 같은 상실의 아픔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 서로를 위로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어딘가에 있을 친어머니도 새로 생긴 어머니처럼 용기를 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습니다.
이 씨도 "선희 또래의 딸이 어디에선가 잘 자라주고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