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여성 170명이 불량 피임약을 먹고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의 자회사 실레시아에서 제조된 '아눌렛 CD'라는 경구 피임약을 복용했습니다.
지난해 8월 칠레 보건당국은 이 약에 결함이 의심된다는 보건소 직원들의 신고를 받고 특정 제조단위의 제품 13만 9천160팩을 리콜 조치했습니다.
아눌렛 CD는 여성들이 매일 복용하도록 21개의 노란색 실제 피임약과 7개의 파란색 위약이 한 팩으로 구성됐는데 문제 제품엔 실제 약과 위약이 뒤섞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건당국은 보건소 등에 해당 제조단위 제품을 쓰지 말도록 하고 트위터로 리콜 결정을 알렸지만 이 결정을 본 소비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보건당국이 실레시아의 제조 허가를 일시 중단했으나 이미 27만 7천여 팩의 불량 피임약이 유통된 후였습니다.
여성단체 '밀레스'는 이 피임약의 결함 사실을 소셜미디어로 공지했고 언론 등을 통해 문제를 알리며 피해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칠레에선 성폭행 임신인 경우 또는 태아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가 허용되기 때문에 뒤늦게 원치 않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도 속수무책으로 출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칠레 정부는 지난 2월 뒤늦게 실레시아에 6억 650만 페소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