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의 거두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6월 중국이 북한 비핵화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미국의 기대를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을 지낸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29일(현지시간) 공개된 신간 '선을 지키며 : 매티스 장관 당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에서 키신저 전 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키신저는 지난해 6월 18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정책 관련 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1차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며칠 후이자, 매티스 전 장관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을 열흘 가량 앞둔 시점에 개최됐다.
책 내용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에 관련해 "그들은 적어도 전통적 의미에서 세계 제패를 좇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사뭇 다른 견해를 취했다고 한다.
당시 키신저의 진단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일대일로' 정책 등 일련의 행보가 미국의 패권을 넘보려는 것이라는 일반적 평가와 달랐다는 취지다.
키신저는 "중국은 1950년대의 불안정성을 회상할 때 결코 한반도에서 진공상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티스 전 장관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지원에 관한 한 기대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한다.
키신저는 또 "우리는 중국을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경험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며 중국은 자신이 무한한 목적을 가진 악당처럼 지속적인 혹평을 받는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