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터키의 시리아 내 쿠르드 퇴치 군사작전으로 인한 러-터키 양국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을 일축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기자들로부터 '러시아가 터키와의 군사적 갈등 상황에 빠져들 위험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양국 간의 군사충돌을 피하기 위해 양국 정부 간에 다양한 수준의 접촉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가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 퇴치를 위한 군사작전('평화의 샘' 작전)을 개시하면서 일각에선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온 러시아와 터키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러시아는 앞서 시리아 내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터키의 시리아 진격 작전에 부정적 입장을 표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에도 "이 작전(터키의 쿠르드 퇴치 군사작전) 초기에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방해하고 이 지역에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터키가 시리아 작전을 개시하기에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가 터키의 군사작전을 묵인한 것이 아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가 평화의 샘 작전을 시리아 북부 도시 코바니로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현재 많은 소문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주러 터키)대사관을 통해 러시아가 코바니와 관련해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곳에서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쿠르드족 퇴치 군사작전 닷새째인 13일까지 쿠르드 민병대가 통제해온 시리아 내 요충지인 라스 알-아인과 탈 아비아드 등 2개 도시를 장악한 터키군은 다음 점령 목표로 코바니를 점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제공권과 압도적 전력을 앞세워 쿠르드 통제 지역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점령해온 터키군은 그러나 전날 시리아 정부가 쿠르드와의 합의를 통해 정부군을 터키 국경 지역으로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러시아는 한층 복잡해진 시리아 북동부 지역 상황과 관련 아직 자국 국경 인근 지역의 안보에 대한 터키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입장과 시리아의 영토적 통합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 외에 터키, 쿠르드, 시리아 간의 갈등 상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터키가 300만명 이상의 자국 내 시리아 난민을 이주시킬 수 있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 일부를 확보하고 쿠르드족의 위협이 제거된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선에서 군사작전을 마무리하고 퇴각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