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나흘 앞선 지난 16일에도 솔로몬제도도 단교를 통보했던 만큼 타이완 정부로서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타이완의 외교부장 우자오셰는 "키리바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키리바시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반색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지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의 단교로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는 15개국으로 줄었습니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취임한 이래로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상투메프린시페, 파나마,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등 7개국이 타이완과 단교했습니다.
타이완은 중국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배하면서 1949년 지금의 섬으로 쫓겨났지만, 정통 정부라는 '중화민국'으로 유엔 창설 멤버이자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 이사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이 세력을 넓히면서, 중화민국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1971년 10월 25일 유엔 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대표가 유엔에서 합법적으로 중국을 대표한다"는 '제2758호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밀려 중국 대표권이 중화민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후 타이완은 1979년 미국과, 1992년 우리나라와 단교했습니다.
타이완과 수교하고 있는 나라들이 원조에 기대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전략은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솔로몬제도도 타이완과의 단교에 앞서 중국과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들을 방문해 중국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지원과 성과를 조사했습니다.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대해 수교 시 개발기금 850만 달러, 약 101억원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 중화권 매체는 솔로몬제도의 한 의원이 중국으로부터 100만 달러, 약 11억 9천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 '외교적 고립' vs '홍콩 민주화 바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번 단교를 보도하며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이 집권하게 되면 타이완은 외교 수교국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타이완 독립과 분열의 공간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키리바시 외에도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0월1일 이전까지 남태평양 또는 카리브해 연안국가 가운데 추가로 타이완과 단교를 선언하는 나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등을 이유로 타이완 여행 금지령과 군사 훈련의 방법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내년 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에게 수교국이 줄어드는 것은 뼈아픈 일입니다. 타이완 야당인 국민당은 그동안 차이 총통의 외교능력을 비판해 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라는 우려를 내세워 더욱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의 재선을 반대하는 중국이 노리고 있는 점입니다.
타이완에서는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란 발언을 한 이후,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국양제'의 상징인 홍콩에서 반중국 시위가 격화되면서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일국양제' 방식의 통일에 대한 의구심과 거부감이 급속도로 커졌습니다. 타이완에서도 홍콩 시위 지지 시위가 벌어졌고,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타이완에 와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