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는 비교적 점잖게 비가 내렸다면 여름철이 되면서부터는 짧은 시간에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밤 경남 거제에는 1시간에 47mm라는 폭우가 쏟아졌고 7일 아침에는 강원도 인제에서도 시간당 30mm 정도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아직 큰 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비는 점점 사나워지고 있다.
여름철이 되면서 비가 점점 사나워지는 것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 중에 비로 내릴 수 있는 수증기가 늘어나는 데다 대기 상층과 하층의 온도 차로 인한 대기 불안정이 커지고 또 수증기가 많이 들어 있는 공기와 수증기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있는 공기가 충돌하면서 역시 대기 불안정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비가 내리는 양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혹시 봄철보다 여름철에 내리는 비가 더 사나운 것처럼 폭우가 더 잦아지는 것은 아닐까? 폭우 횟수가 늘어날까 아니면 줄어들까? 혹시 폭우가 발생할 때 강수량도 예전보다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와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기간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5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폭우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Papalexiou and Montanari, 2019). 연구팀은 50년 이상 관측 자료가 쌓인 전 세계 8,730개 관측소에서 측정한 강수량 자료를 이용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록적인 폭우의 횟수와 폭우 강수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1964년부터 2013년까지 50년 동안 전 세계 관측소에서 하루 동안 비가 많이 내린 사례 상위 1위부터 50위까지의 폭우를 선정하고 지구촌 전체에서 이 같은 기록적인 폭우가 지역에 따라 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났는지 아니면 줄어들었는지 또 기록적인 폭우의 강수량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구온난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964년부터 2013년까지 지구촌의 많은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관측소 가운데 60.3%의 관측소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아래 그림 참조). 남반구보다는 북반구 지역에서, 북미지역보다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크게 늘어났는데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늘어난 관측소는 전체 관측소 가운데 73.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지역 관측소 3곳 가운데 한 곳(31.6%)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보다 심각한 극단적인 폭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록적인 폭우는 1960년대나 1970년대보다는 지구온난화가 가장 급속하게 진행된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에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아래 그림 참조). 기록적인 폭우는 아시아를 비롯한 북반구 지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강수량은 북반구 지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기록적인 강수 횟수가 증가하는 것만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참고문헌>
*Simon Michael Papalexiou and Alberto Montanari, 2019 : Global and Regional Increase of Precipitation Extremes under Global Warming, Water Resources Research, https://doi.org/10.1029/2018WR024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