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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 확인장치' 의무화 한 달…관건은 실천

<앵커>

작년 여름, 그 뙤약볕 속에서 네 살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혀 있다가 숨졌던 안타까운 사건, 기억하시죠? 이 일 때문에 한 달 전부터 아이들 타는 통학차량에는 꼭 특별한 장치를 달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차 맨 뒷줄에 버튼을 달고 아이들 다 내렸나 기사가 확인한 다음에 누르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작부터, 잘 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다은 기자가 이 제도가 어떻게 하면 잘 정착할지, 우리 현실과 미국 사례를 같이 놓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가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립니다.

자리를 떠난 지 3분이 지나자 시끄럽게 경적이 울립니다. 차량 맨 뒷좌석에 부착된 '하차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7월 어린이집 통학 차량 안에 방치된 4살 김 모양이 뙤약볕 속에 숨지자, 이런 사고를 예방하도록 제도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습니다.

해외처럼 어린이 하차 확인장치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잇따랐고 결국 지난달 17일부터 13살 미만의 어린이를 태우는 승합차에는 하차 확인장치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김순옥/어린이집 원장 : (아이들) 안전에도 보탬이 되고. 실내에 아이가 다 내렸는지 하차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게 우선이니까.]

'통학버스 위치알림 서비스'를 함께 시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동전 크기의 무선 통신 장치를 어린이 가방에 달아두면 통학버스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승하차 시 학부모에게 문자도 자동 발송됩니다.

[이나라/학부모 : 승하차하는데 실시간으로 정보 확인도 할 수 있고, 문자에 속도 같은 것도 나오거든요. 차량이 과속하고 있는지 아닌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고.]

하지만 이런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도 안 돼, 벌써 하차 확인 장치를 불법 개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끄럽고 귀찮단 이유입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기사 : 귀찮으면 코드 빼놓으면 되는 거예요. 매일 키 빼주고 할 때마다 벨 누르고 왔다갔다 어떻게 해요.]

경찰은 계도 기간 한 달을 거친 뒤 집중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하차 확인장치를 꺼놨다가 적발돼도 범칙금은 고작 13만 원입니다.

이 정도 처벌로 하차 확인장치를 제대로 운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큰데, 국내보다 이 제도를 일찍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제가 미국 현지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는 지난 2005년 2살 아이가 보육차량에 방치돼 숨지자, 10년 전부터 하차확인장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오래된 통학버스 운영 회사를 찾아가 장치 운용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통학버스마다 맨 뒷좌석 근처에 빨간 버튼이 붙어 있습니다.

운전자는 차량의 시동을 끄고 나서 차량 안에 남아 있는 아이가 있는지 좌석을 모두 확인하고 버스 가장 뒷좌석에 있는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버튼을 누르지 않고 문을 열면 경고등과 함께 경적이 울립니다.

[엔리케 힐젠버그/통학차량 운전기사 : 이 시스템은 운전기사가 반드시 차량 안을 확인하게 합니다. 차량 확인을 잊을 수도 있고, 피곤할 때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이 시스템이 상기시켜줍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매일 확인하는 것도 버스기사의 의무입니다.

[엔리케 힐젠버그/통학차량 운전기사 : 차량 장비가 모두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국내 하차확인시스템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규정을 확실히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건 강력한 처벌입니다.

이곳 위스콘신에서는 어린이 통학차량에 하차 확인장치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과 1천 달러, 그러니까 약 1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제대로 운영하지 않거나 울리지 않게 개조한 경우에는 1급 중죄로 간주해 3년 반 이하의 징역과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통학차량 내 어린이 안전을 위한 규정은 하차확인장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진/시카고 메인타운십 교육위원 : 학교에서는 아이들 안전에 매우 신경 씁니다. 모든 운전기사는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또 시카고에서는 통학차량에 '안전요원'이 함께 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샤메인/보육센터 센터장 : 안전요원은 아이들이 버스에 안전하게 타고 내리 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운전기사는 아이들을 태우기 전과 후에 통학차량을 확인할 책임이 있고요.]

우리나라도 어린이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갖춰졌습니다.

운영자들의 책임의식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도록 유도하고 필요하다면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됩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서진호·양두원,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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