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호를 둘러싼 28년 간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한 그리스와 북마케도니아가 관계 정상화 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일(현지시간) 대규모 경제 사절단과 각료들을 이끌고 이웃 나라인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를 방문, 조란 자에브 총리와 환담하며 양국 간 우의를 다지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리스 총리가 북마케도니아를 찾은 것은 1991년 북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탈퇴해 독립한 이후 사상 처음입니다.
자에브 총리는 오랜 반목을 뒤로 하고 자국을 찾은 치프라스 총리를 극진히 환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치프라스 총리에게 자신의 집무실과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친밀감을 드러내는 한편, 양국 정상의 공식 사진 촬영이 끝난 뒤에는 주머니에서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다정하게 셀피를 찍어 양국 사이의 '해빙 무드'를 한껏 과시했습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1974년에 태어난 44세의 동갑내기입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양국은 (갈등에) 오랜 시간을 허비했으니 이제 빠르게 만회해야 한다. 신뢰와 안정의 강한 결속 관계를 구축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자에브 총리는 "우리는 양국 간 모든 어려움을 뒤로 하고 이정표를 세웠다"며 "양국은 담대한 결정이 있으면 불가능은 없음을 유럽과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양국 지도자는 이날 서로의 수도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에너지, 교통, 무역 등에서 협력하는 것을 포함한 다수의 우호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날 합의한 사항 가운데는 그리스군이 북마케도니아의 영공을 감독하는 내용도 들어갔습니다.
한편, 양국 관계는 북마케도니아가 지난 2월 그리스가 반대해 온 마케도니아라는 원래의 이름을 바꾸는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와 자에브 총리는 북마케도니아가 국명을 바꾸는 대신, 그리스는 북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더는 반대하지 않기로 하는 역사적인 합의안을 작년 6월 도출했습니다.
이후 양국 정부는 자국 국수주의자들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EU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합의안을 밀어붙여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스는 그동안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알렉산더 대왕에 대해 자부심이 큰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이웃 나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와 갈등을 풀기 위해 원래 나라 이름에 방향을 나타내는 수식어를 달게 된 북마케도니아는 숙원이던 나토와 EU에 곧 가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