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로 재직할 당시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 사건 피고인에게서 수백만원의 청탁성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에게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무거운 범죄혐의인 조세범처벌법위반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석에서 "형님, 동생"이라고 부르며 수개월 동안 향응을 받았지만 법원은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3부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모 변호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씨가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술과 안주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전 판사는 청주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2013년 7월부터 11월 사법연수원 동기의 소개로 만난 이 모 씨로부터 재판청탁의 대가로 총 636여만 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접대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청주지법에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씨는 김 전 판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4가지 이류를 들어 김 전 판사가 받은 향응에 대가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씨가 김 전 판사에게 자신의 혐의명만 말하고 구체적인 혐의내용을 말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재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도 도움을 구하지 않았는 바 재판청탁을 하고 향응을 제공한 사람의 행동으로서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 전 판사와 이 씨가 서로를 '형님', '동생'이라 부르며 빈번하게 교류한 점도 오히려 무죄인정의 정황증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입장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 씨가 피고인과의 친분관계에 의해 술과 음식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판사와 이 씨가 법원 근처 식당 등에서 만났고 당시 담당 공판검사와도 합석해 만남을 가진 사실도 무죄의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의 행동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5년에 벌금 640억 원을 선고받은 이 씨가 접대비를 반환받지 못한 것에 앙심을 품고 피고인을 고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씨가 김 전 판사를 고소한 경위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봤습니다.
2심과 대법원이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김 전 판사는 재판 중인 피고인으로부터 수백만 원의 향응을 접대받고도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습니다.
이미 법관을 사직한 터라 공무원 윤리강령 위반에 따른 징계는 물론 징계시효도 지나 변호사 윤리강령 위반에 따른 징계도 피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