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각에서는 필요 없는 일자리까지 억지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당시 논란에 휩싸인 공공일자리 중 하나는 '국립대학교 빈 강의실 불 끄기 아르바이트'인데요. 일자리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정말 청년과 취약계층을 위한 좋은 일자리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SBS 취재진이 공공일자리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수도권의 한 국립대학교를 찾아갔습니다. 해당 대학교는 지난달과 이달 초 학교 홈페이지에 두 차례 '동절기 에너지 지킴이' 모집 공고를 올렸지만, 인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하루 2시간만 빈 강의실을 찾아서 불을 끄는 아르바이트인데 학생들의 호응이 적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립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원자가 적다 보니 활동 시간까지 변경하며 학생 '모시기'에 나서는 곳도 있습니다. 게다가 곧 방학이 다가와 불 끄기 아르바이트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SBS 취재진에게 "학생들도 방학하면 집으로 가거나 긴 알바를 찾는다"며 "학생 모집이 힘들어 하루 2시간 연속으로 활동해야 하는 기준을 하루 중 1시간씩 두 번으로 바꿨다"고 털어놨습니다.
정부가 학교 규모에 따라 채용 인원까지 지침을 내렸습니다. 2개월 동안 거점대는 40명 이상이 불 끄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지역중심대는 30명 이상, 교대 및 전문대는 20명 이상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는데요. 규모가 작은 대학에서는 강의실이 부족하다 보니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대신 한 건물만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공공일자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가 '맞춤형 일자리'라고 홍보하며 내놓은 단기 공공일자리는 5만 9천 개에 달할 정도로 많지만, '이런 일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들도 있습니다. 소상공인 제로페이 시스템 홍보요원, 라텍스 라돈 측정 서비스 요원 등 이름부터 생소한 일자리도 있고, 전통시장 환경미화, 농어촌 환경정화 인력 등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분야도 있습니다.
라텍스 라돈 측정 서비스 요원 일자리의 경우, 117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공공일자리인데요. 대규모 조사 인력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외부 기관에 입찰을 주고 용역을 맡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 "수천 명 선발은 했는데 관리는 어떻게 하나"…'공공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
겨울에 줄어드는 일자리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지만, 사실상 현장에서는 공급자도 수요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반쪽 대책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연말까지 수천 개에 달하는 일자리에 급하게 사람을 구하다 보니, 상당수 기관은 채용 계획조차 못 세운 곳도 많습니다. 실제로 불 끄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국립대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데다가 학교 평가도 중요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당량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전통시장 환경미화 요원의 경우, 정부가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장 상인회에서 신청하는 방식인데요. 문제는 정부가 이 과정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단기 공공일자리 정책 예산이 정말 청년과 취약계층에 제대로 쓰이는지 알 수 없고, 세금이 오히려 다른 곳으로 세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