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사 대신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해서 환자가 뇌사에 빠진 사건 보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수술에만 대리수술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반드시 의사가 동행해야 하는 국가 건강검진에서도 대리 진료가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지연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의 한 종합병원입니다. 4년 전 의사 없이 출장 건강 검진을 나가 3백 명을 검진했다가 적발됐던 곳입니다. 병원 측은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대리 건강검진' 병원 관계자 : 한번 조사해 보시라고…우리 병원을 폭파시키더라도 그런 일은 없을 거 같아요. 의사 없이는 말도 안 돼.]
병원 데스크에 출장 검진 때마다 의사가 꼭 가는지 물어봤습니다.
[출장 건강검진 안내 데스크 : (의사 선생님 항상 오시나요?) (의사) 선생님이 안 나오시는 경우는… 굉장히 간단한 검진만 하실 때 있죠? 그런 경우….]
하지만 출장 건강검진은 경중에 상관없이 반드시 의사가 동행해야 합니다.
[건강보험공단 담당자 : 간단한 검진이 2차 검진이라는 게 있었는데 예전 작년까지는…그렇다 하더라도 의사선생님은 꼭 나가야 돼요.]
건강검진의 경우 내시경이나 자궁경부 검체 채취 등 의사만이 해야 하는 항목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이를 어기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 대리 건강검진을 했다가 적발된 건수만도 무려 2만 1천400건이 넘습니다.
[건강검진 대상자 : 너무 배신감도 들고…언젠가는 그런 일이 (저한테도) 있을 수도 있으니깐 불안은 하죠.]
하지만 적발돼도 부당검진비용에 대한 환수와 가벼운 행정처분이 전부입니다.
[장정숙/국회보건복지위원회 의원 : 이런 대리진료가 이뤄지고 있는데 도대체 보건복지부는 왜 눈을 감고 있는가. 솜방망이 처벌을,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거죠.]
지난해 국가가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1천500만 명. 국민 건강과 직결된 검진을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맡기지 않도록 처벌 강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