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세금 퍼주면서까지 엄청나게 받아가는데 국민연금은 왜 세금으로 보장도 안 해주면서 받는 게 적으냐? 당장 통합해라. 다 같은 국민인데 연금 차별 너무 심하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만을 잠재우는 길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연금을 통합하는 길뿐임을 명심 또 명심하라. 불평등한 4대 연금을 개선하라. 다른 꼼수를 쓴다면 결단코 폐지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명심 또 명심하라."
기금 소진 시계가 빨라진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도모하려면 보험료를 올리고 가입상한연령을 늘리는 등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오자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데 반발한 가입자들이 요구하는 주장입니다.
국민연금에 손대려면 먼저 직역연금부터 바꾸거나 형평성 차원에서 아예 통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원성의 목소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이렇게 차별을 받는다며 분노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수령액에서 많이 차이가 납니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가 1인당 받는 돈은 월평균 36만8천570원에 불과하지만, 2016년 기준 퇴직공무원 1인당 월평균 퇴직연금 지급액은 241만9천 원입니다.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6.56배 많은 연금액을 받습니다.
이렇다 보니, 노후 시기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는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객관적 삶의 질이 높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중고령자의 공적연금 수급 특성과 삶의 질 연구보고서'를 보면,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의 종합적 삶의 수준은 100점 만점에 67.1점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62.4점보다 높았습니다.
물론 국민연금보다 공무원연금의 가입기간이 훨씬 길고, 퇴직금 명목으로 보험료를 더 많이 낸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공무원의 평균가입기간은 33년이나 되지만, 2017년 기준 국민연금 신규수급자의 평균가입기간은 약 17년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독일, 미국, 일본, 핀란드 등 다른 선진국에 견줘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액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들 국가는 공무원연금과 소득비례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연금지급률을 같게 했습니다.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아예 통합했습니다.
특히 특수직역연금은 적자가 나면 법적인 국가지급보장 규정에 따라 국가에서 세금으로 메워주는데, 국민연금은 국가지급보장조차 명문화돼 있지 않은 점도 큰 불만을 낳고 있습니다.
2천200만 명이 가입한 국민연금과는 달리 공무원연금(109만 명), 군인연금(18만 명), 사학연금(28만 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장을 법률로 규정하거나 구체적인 임의규정으로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이런 지급보장 조항을 근거로 2017년 한 해에만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는 각각 2조2천820억 원, 1조4천657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습니다.
올해는 공무원연금에 3조 원, 군인연금에 1조5천억 원의 국고보전금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학연금은 현재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3년에는 적자로 돌아서고 2033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산돼 역시 앞으로 세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특수직역연금에 해마다 수조 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현실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를 봐야 하는 데 대해 납득하지 못하자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민합의를 전제로 장기적으로는 특수직역연금을 아우르는 단일연금체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연금 통합은 쉽지 않은 길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공무원이나 군인연금을 따로 운영하면서 국민이 느끼는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면서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재정이 이미 펑크가 났기에 통합과정이 힘겨울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미 재정이 파탄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당장 통합하다 보면 오히려 국민연금 가입자가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5월 현재 635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기금을 쌓아놓고 있는 국민연금과 국고지원을 받는 처지의 공무원연금을 합치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국민연금에서 공무원연금을 지원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연금통합은 당연히 가야 하는 방향이지만, 제도개선은 여러 가지 재정적 문제 등 험로를 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우선은 각 연금의 제도개혁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특수직역연금을 개혁할 필요가 분명히 있지만, 이를 국민연금 개혁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연금대로 지속할 수 있도록 각각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