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세계대전은 문명의 종말이 될 것이며 이에 대한 이해가 주요 군사 강국들의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고 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 '국민과의 대화'에서 최근 격화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으로 인한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3차 대전을 어떤 무기로 치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4차 대전은 돌과 막대기로 해야 할 것이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상기시켰다.
푸틴은 "3차 대전이 문명의 종말이 될 것이란 이해가 국제 관계에서의 과격하고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고 있다"면서 "상호 파괴에 대한 공포가 주요 군사 강국들의 과격한 행동을 억제하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사는 것도 주요 군사 강국들 사이에 전략적 균형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02년 미국이 옛 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을 글로벌 전략 균형 파괴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는 그렇지만 첨단무기로 이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푸틴은 지난 3월 국정연설에서 직접 소개한 러시아제 첨단무기가 아직 완전히 개발된 게 아니며 일부는 상상 속의 무기라고 비판한 서방의 반응을 반박했다.
그는 마하 20(음속의 20배)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가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갔고 내년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며 "아반가르드는 현 단계에서 절대적(우위의) 무기로 향후 몇 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무기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발 후 시험 단계에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맛'도 2020년까지 실전 배치될 것이라면서 다른 신형 무기들도 계획대로 개발·배치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푸틴은 서방의 대러 제재와 지속적인 대러 비난에 대해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러시아에서 위협을 보고 러시아가 경쟁자가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잘못된 정책"이라면서 "건설적 협력 구축만이 세계 경제를 위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서방 관계의 위기는 서방이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할 때만 끝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참전과 관련 아직 시리아에서 철군할 계획이 없다면서 러시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 계속해 현지에 러시아군을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자국 공군을 시리아에 파견해 반군과 싸우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시리아 참전이 러시아의 신형 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하고 개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올 3월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에서 독살당할 뻔한 사건에 대해선 러시아제 군사독극물이 사용된 게 아니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러시아 관계자들의 접근과 사건 조사에 대한 러시아 전문가들의 참여 허용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당국이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차단하면서 불거진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 우려와 관련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텔레그램 차단에 대해 "안보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사법기관과 보안기관이 인터넷 등의 공간에서 이용자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테러 위협을 포함한 범법 행위에 대처하게끔 첨단장비들을 사용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은 '후계자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통적 의미의 후계자는 없다"면서 "후계자는 국민과 유권자들이 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약 4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국민과의 대화에서 사전에 인터넷·전화·SMS 등으로 접수되거나 생방송 연결을 통해 나온 170만여 개의 질문 가운데 70여 개 질문에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