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긴축정책을 추진한 요르단 총리가 민심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결국 사임했습니다.
하니 물키 요르단 총리가 4일(암만 현지시간) 오후 압둘라 2세 국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으며 국왕이 이를 수리했다고 AFP통신 등이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압둘라 국왕은 오마르 알라자즈 교육장관을 물키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하고 새 정부 구성을 요청했습니다.
물키 총리는 긴축·증세 반대 시위가 벌어진 지 닷새 만에 물러났습니다.
인구 1천만명의 요르단은 걸프국과 달리 에너지 자원이 없는 데다 시리아내전으로 100만명(유엔 등록 기준 66만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하며 재정난이 심화했습니다.
요르단은 지난해 IMF로부터 7억2천300만달러 구제금융을 확보하면서 IMF가 권고하는 개혁정책을 집행했습니다.
긴축정책에 따라 보조금이 줄고 소비세가 올라 연초부터 빵값과 생필품 가격, 공공요금이 줄줄이 상승했습니다.
높은 실업률과 물가 인상에다 소득세 증세와 각종 공공요금 인상계획까지 공개되자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거센 반발에 이달 1일 요르단 정부는 "압둘라 2세 국왕의 지시"라며 연료가격과 전기료 인상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으나 시위는 소득세 증세 폐기를 요구하며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시위대의 요금인상과 증세법안 폐기 요구는 어느새 '물키 총리 퇴진' 구호로 바뀌었습니다.
민심 동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압둘라 국왕이 총리에게 사태의 책임을 물러 사임을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이 전날 밤부터 빠르게 퍼졌습니다.
물키 총리는 지난 2월 빵값 인상 항의시위와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계속되는 긴축과 증세에 극도로 악화된 민심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서방은 아랍권 주요 동맹국인 요르단의 정세가 혼란에 빠져들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요르단 왕실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으로서 중동 왕가 중에서도 정통성으로 손꼽히며, 역사적으로 예루살렘 성지의 수호자(관리자) 역할을 했습니다.
시리아 사태에도 관여한 요르단의 혼란은 자칫 지역 불안정을 부채질할 수 있습니다.
총리 경질로 성난 민심이 진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라자즈 신임 총리는 하버드에서 수학하고 세계은행(WB)을 거친 개혁주의 경제학자입니다다.
그는 개혁 성향이면서도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시장 중심의 개혁 프로그램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했습니다.
외부 지원 주체들은 그의 이력에 비춰 새 정부가 긴축정책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