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부터 사흘간 교황청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는 칠레 주교단과 만난다.
교황청은 면담에 앞서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발표, 교황이 이번 면담을 칠레 교회에 대한 혹독한 질책과 쇄신의 기회로 삼을 것을 분명히 했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교회는 권력 남용과 성적 학대의 원인과 결과,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의) 은폐와 피해자들의 심각한 방치를 가능케 한 구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번 만남의 목적에 대해 "이 엄청나게 충격적인 상처의 책임 소재를 가리고, 이런 혐오스러운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고통을 헤아릴 줄 알고, 학대 재발을 막기 위해 단호하고, 쉼 없이 사역할 선한 목회자들을 통해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칠레 방문 때 아동 성추행 사제로 현지에서 악명 높았던 페르난도 카라디마(87) 신부의 악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는 후안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현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바로스 주교는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2011년 면직된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그는 이번에 교황이 소집한 전·현직 칠레 주교 33명 가운데 포함됐다.
교황은 피해자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 그를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교황은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비판받자 칠레, 페루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피해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며 사과하고, 이후 교황청 특사단을 칠레에 파견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재조사하도록 했다.
특사단이 제출한 2천3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검토한 교황은 지난달 11일 "균형 잡힌 정보가 부족해 상황을 판단하는데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며 재차 사과했다.
교황은 카라디마 신부에게 청소년 시절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3명을 지난달 하순부터 바티칸에 나흘간 초청해 면담하고, 거듭 미안함을 표현했다.
피해자들은 칠레 고위 성직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묵살하고, 거짓말로 몰고 가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행동을 해 큰 고통을 받았다며 교회의 잘못 인정과 쇄신을 요구해왔다.
칠레 교회를 분열로 몰아넣은 카라디마 신부는 2011년 교황청 조사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 산티아고에서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기도와 속죄의 삶을 살라는 명령인 근신 처분을 받았다.
이는 성직 박탈보다 낮은 처분이다.
공소시효 만료로 민간 법정에는 서지 않은 그는 현재 칠레의 한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