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한복판에 누워있어 구조했더니…구급대원 폭행하고 욕설 퍼부은 취객
지난달 2일 오후 1시쯤, 전북 익산역 앞 도로 한복판에 한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쓰러진 남성은 47살 윤 모 씨로 술에 심하게 취한 상태였는데요. 신고를 받은 익산소방서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 윤 씨를 병원으로 옮기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깨어난 윤 씨가 갑자기 구급대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고 급기야 남성 구급대원의 뺨을 때렸습니다.
■ "아프니까 병원 보내달라"…긴급 이송대상 아닌데도 생떼 부리고 주먹질까지
구조활동을 하면서도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야 하는 구급대원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7개월 동안 소방 구급대원들이 업무 중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사례는 870건에 달했습니다.
또 구급대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두를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부산에서는 노숙인 B 씨가 구급대원의 눈 부위를 주먹으로 때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는데요.
당시 B 씨는 "간 경화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119에 긴급 이송요청을 했다가 출동한 구급대원이 B 씨의 상태를 점검한 후 긴급 이송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자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119 구급대원이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아 기분이 나빠서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폭행 사범 중 절반은 벌금형…사명감에 참고 넘어가는 구급대원들
힘들게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폭행까지 당하는 구급대원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 인명구조 혹은 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구급대원을 폭행한 가해자들은 재판에 넘겨져도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구급대원 폭행 및 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구급대원 폭행 사범 622명 중 절반을 넘는 314건이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징역형은 191건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가해자들이 구조 대상자라는 점 때문에 구급대원 대부분은 피해를 보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