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창현 씨는 6년 전 다녀온 페루 여행 중에 리마 바닷가에서 들었던 파도 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파도 소리를 놓칠까 녹음기를 틀어 생생한 소리를 담았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소리로 남기는 게 더 와닿고 편해서 이렇게 남긴 소리를 들으면서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 보기도 합니다. 시각 장애인들끼리 여행지 소리를 주고받으며 여행 추억을 공유합니다.
맛있는 김치찌개 집에 다녀온 친구는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기도 하고요. 다 같이 일본 온천 여행을 갔을 땐 그때 녹음해 온 파일을 몇 시간씩 같이 들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여행을 더 자주 하며 소리를 담고 싶지만, 여행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요. 여행 관련 콘텐츠가 대부분 사진과 그림 같은 이미지로 돼 있어서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자료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한 기업에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8년째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부해온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 이번엔 아시아 명소 100곳의 풍경을 세세하게 묘사해 들려주는 오디오 북을 만들 예정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뜻깊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목소리 기부도 받고 있는데요, 친구들에게 여행담을 들려주는 것처럼 따뜻한 착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겐 참여자들의 목소리가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의 소리가 될 텐데요,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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