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시설에 수용된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은 치료 담당자에게 털어놓은 비밀을 다른 사람까지 알게 되는 일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박민현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교수는 '정신의료기관의 아동·청소년 인권증진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정신의료기관에 수용된 적이 있는 아동·청소년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설문 대상자의 19.4%인 20명이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예'라고 답했고, 78.6%인 81명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치료 중에 CCTV 촬영이 필요할 경우 치료 담당자가 동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한 조사 대상자는 44명에 불과했지만 '아니오'라고 답한 아동·청소년은 57명이나 됐습니다.
환자의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때 어디까지 정보가 제공되는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6명이나 됐습니다.
의료인 포함 정신의료기관 종사자 160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진료 정보나 사생활에 대한 노출이 필요할 때 아동·청소년에게 동의를 받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한 종사자는 131명이었지만, 21명은 '그저 그렇다'고 답했고, 7명은 '전혀 아니다' 또는 '약간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폭력·괴롭힘을 당하거나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는 아동·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조사대상 아동·청소년 중 15명은 '입원 중에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의사나 치료 담당자가 배식·청소 등 일을 강제로 시킨 적이 있다는 응답도 2명 있었습니다.
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도 아동·청소년에게 노동을 시키느냐는 물음에 4명이 '그렇다'고 답했고, 2명이 '그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학대·폭력이 발생할 때 적절한 보호나 지원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종사자 14명이 '전혀 아니다' 또는 '약간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저 그렇다'고 답한 종사자도 20%인 32명이나 됐습니다. 아동·청소년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척도로 인권점수를 매겨 본 결과 대구·경북이 13점으로 가장 인권 수준이 낮았고 이어 전북 등이 뒤를 따랐습니다.
서울과 대전·충남이 인권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박 교수는 "정신의료기관 입원 기간에 정신장애 아동·청소년 인권이 보호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우세했지만 부정적 답변 비율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특히 아동·청소년이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생활이나 자기결정권을 덜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