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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토바, 메드베데바 꺾고 유럽 정상…'평창 피겨퀸' 급부상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신예 알리나 자기토바가 여자 싱글 최강자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를 꺾고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자기토바는 오늘(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 ISU 유럽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2.67점, 예술점수(PCS) 75.30점을 합쳐 157.97점을 받았습니다.

쇼트 프로그램과 합친 총점은 238.24점으로, 메드베데바에 5점 이상 앞선 1위입니다.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자기토바는 이번 대회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자기토바는 이번 시즌 메드베데바가 발목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메드베데바가 없던 ISU 그랑프리 파이널과 러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습니다.

두 달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메드베데바와 맞대결에서도 당당히 승리하면서, 다음 달 평창 피겨 퀸 자리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습니다.

이날 자기토바는 루드비히 밍쿠스의 '돈키호테' 음악에 맞춰 무결점 연기를 펼쳤습니다.

점프 과제 7개를 모두 가산점이 있는 후반부에 배치한 자기토바는 스핀과 스텝 시퀀스 등에 이어 첫 점프인 고난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습니다.

이어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등 나머지 점프 과제도 클린 처리해 수행점수를 챙겼습니다.

레벨 4를 받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친 자기토바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습니다.

ISU는 자기토바가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 스케이팅을 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자기토바는 "긴장했지만 클린 연기를 하면서 즐기고 싶었다"며 "우승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 메드베데바는 '안나 카레니나'에 맞춰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첫 점프과제인 트리플 플립 착지가 다소 흔들리면서 연속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를 뛰지 못해 단독 점프로 처리했습니다.

메드베데바는 이때 못 뛴 트리플 토루프를 후반 트리플 플립 점프 뒤에 붙여 콤비네이션 점프로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러츠에서는 에지 사용 주의로 어텐션을 받기도 했습니다.

메드베데바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내준 것은 지난 2015년 가을 ISU 그랑프리 대회 이후 처음입니다.

메드베데바는 "여기 있다는 것만 해도 내게는 승리"라며 "모든 선수는 경기마다 실력이 늘고 공백이 길수록 결과도 좋지 않다. 두 달간의 공백 이후 대회 치고는 결과가 나쁘지 않다"고 자평했습니다.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에 이어 이탈리아의 베테랑 선수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204.25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 5번이나 우승한 코스트너는 이날 첫 트리플 러츠에서 넘어지고, 더블 악셀도 흔들리며 점수가 깎였지만 31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어린 선수들 틈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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