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자 팔레스타인과 국제 사회가 지지해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정착 구도인 '2국가 해법'도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 동의한다면 미국은 '2국가 해법'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은 이를 곧이곧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을 공식 인정한 것 자체로 역대 미국 정부가 20년간 고수해온 이-팔 외교정책의 진로를 대폭 수정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올해 초 이미 예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워싱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 회담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경계선을 기준으로 별도 국가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2국가 해법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당사자가 원하는 해법을 따르겠다고 말했지만 국제 사회와 팔레스타인이 일관되게 지지해 온 '2국가 해법'을 외면, 사실상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 준 것입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대표가 이날 트럼프의 발표 직후 "그가 '2국가 해법'을 파괴했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상대로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적으로 크게 환영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러한 상반된 입장 표명은 '2국가 공존'에 대한 서로의 다른 시각을 분명히 드러낸 셈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노골화하면서 팔레스타인이 앞으로 더 강경하게 나설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습니다.
궁극적으로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 영토에서 독립국가를 세우려는 팔레스타인의 구상이 앞으로도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미국과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의 중재 역할도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팔 간 평화적 공존을 모색한 '2국가 해법' 구상은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중동 평화 과정의 중심 의제였습니다.
비록 '2국개 해법' 구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됐지만 국제무대에서 다른 대안은 사실상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2주일을 앞두고 한 연설에선 "주권을 갖는, 자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가 아니면 분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2국가 해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최초의 대통령입니다.
후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 구상을 미국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한 첫 대통령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국가 해법을 미국 중동 외교정책의 골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2국가 해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플랜B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여 년간 가시적 결실을 거두지 못한 평화 공존 구상은 점차 탄력을 잃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포하면서 이 구상이 존폐 기로에 놓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2국가 해법이 오랜 기간 중동 외교의 정통 교본처럼 인식됐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유대민족과 아랍민족 공동의 성지에 장기간 분쟁을 치러 온 각기 다른 민족의 두 국가가 공존한다는 개념이 발상 초기부터 현실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로선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점령한 영토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스라엘 입장에서 스스로 이를 실행할 가능성도 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