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만나 이들의 사연을 듣고 축복했습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오늘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있다가 다카로 온 로힝야 난민 16명을 만나 한 명씩 손을 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황은 이들 가운데 한 소녀에게는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했으며 이들이 겪은 상처와 세계의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교황은 이들을 만난 뒤 "오늘날 하느님의 현존은 또한 '로힝야'라고 불린다"면서 "여러분을 박해하고 상처 준 이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들을 돕고 올바른 일을 계속하자. 이들의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자"면서 "우리 마음을 닫지 말고 다른 길을 살펴보자"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발언은 지난 27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로힝야'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교황은 앞서 나흘간 미얀마 방문 기간에는 한 번도 공개적으로 '로힝야족'을 언급하지 않아 난민과 인권단체들이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불교국가인 미얀마가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을 자신들의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민자란 뜻을 담아 '벵갈리'라고 부르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전날 나흘간의 미얀마 방문을 마치고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교황은 앞서 대통령궁에서 한 첫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대규모 난민 사태를 낳은 정치적 문제를 풀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급한 인간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에 즉시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황은 또 "난민 캠프에 있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위태로운 상황과 현 상황의 엄중함을 누구도 모를 수 없다"면서 "방글라데시 사회는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대규모로 유입한 난민들에게 임시 거처와 생필품을 주는 등 인도주의 손길을 가장 분명하게 뻗어줬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8월 말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의 경찰초소 공격을 계기로 미얀마군의 대대적인 반군소탕전이 벌어진 가운에 로힝야족 민간인을 겨냥한 살인, 방화 등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62만 5천명의 로힝야족이 이웃 방글라데시로 대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