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 상태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가운데 짐바브웨 집권당은 물론 야권과 군부도 퇴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19일 집권여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은 무가베 대통령에게 오는 20일까지 퇴진하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패트릭 치나마사 짐바브웨 사이버안보장관은 현지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을 겨냥해 "20일 정오까지 퇴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탄핵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짐바브웨의 주요 야당인 민주변화동맹 의원 이노슨트 고네세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 의회는 반드시 무가베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짐바브웨 의회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의회 양원의 다수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은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지지세력과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를 지지하는 파벌 'G40'으로 나뉜 상태입니다.
민주변화동맹은 과거 무가베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집권당 내에서도 무가베에 반대하고 있어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의원들이 논의 중인 탄핵 사유는 무가베 가족의 재산 축적, 측근 부패와 권력 남용, 경제 파탄 등입니다.
이런 가운데 집권당은 긴급 중앙 위원회를 열어 무가베 대통령의 당 대표 직위를 박탈하고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복권했습니다.
음난가그와는 집권당의 새로운 당 대표 후보로도 지명됐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도 집권당에서 제명된 동시에 집권여당 산하조직인 '여성연맹'의 수장 자리에서도 쫓겨났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이 37년째 권좌를 지키는 동안 짐바브웨 정부는 끊임없이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고 국가 경제 규모는 2000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들어선 그레이스 여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면서 군부 쿠데타를 촉발하기도 했습니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 15일 군부가 정부를 장악한 이후 야권과 시민 등이 거리로 나와 가택연금 상태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