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창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보도될 즈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의제를 던진 것은 국면 전환용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오늘(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서 김성우 전 홍보수석의 진술조서를 공개했습니다.
애초 재판부는 김 전 수석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었지만 우 전 수석 측에서 김 전 수석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해 오늘 심리는 진술조서를 조사하는 형식으로 대체됐습니다.
지난해 10월 24일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 자리에서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당시는 미르·K재단의 졸속 설립 문제, 그 배경에 청와대와 최순실 씨가 있다는 의혹 등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던 때였습니다.
김 전 수석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둔 주말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개헌 얘기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수석은 검찰에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게 국면전환용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전 수석은 검찰에서 "개헌 발표 이후 모든 언론이 그걸 쫓아가는 상황이어서 다들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고도 했습니다.
이 같은 김 전 수석의 진술은 지난 6월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한 차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개헌 의제를 던진 날 밤 최 씨가 사용했다는 태블릿PC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개헌 이슈는 묻히고 말았습니다.
김 전 수석도 검찰에서 "JTBC 보도로 수습이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한편, 김 전 수석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을 때 "국회에 나갈 바에야 그냥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 2월 김 전 수석이 박영수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후 우 전 수석이 연락해와 "안종범 수석이 지난해 8월에서 9월 쯤 재단 인선 문제를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는 진술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고도 김 전 수석은 진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