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배우 앤서니 랩의 폭로에 이어 비슷한 증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뉴스 앵커 출신인 헤더 언루는 작년 7월 18살이던 아들이 매사추세츠 낸터킷 섬의 한 술집에서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언루는 이날 보스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스페이시가 아들에게 술을 계속 사줘 취하게 한 다음, 아들의 바지 안에 손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스페이시가 아들에게 파티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아들은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언루는 "당신은 내 아들에게 한 짓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의 행동은 범죄"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현재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시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주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남성 크리스 닉슨은 2007년 스페이시가 한 파티에서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닉슨은 약 2주 뒤 자신이 일하던 런던 올드 빅 극장 인근 술집에서 또다시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스페이시는 올드빅 극장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한 영화 제작자는 22살이던 1995년 스페이시가 연출을 맡은 영화 '알비노 엘리게이터'의 말단 제작진으로 참여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런던에서 예술 교사로 일하는 케이트 에드워즈도 17살이던 1986년 브로드웨이에서 조연출로 일할 당시 스페이시의 초대로 파티에 갔으나, 그의 아파트에는 오직 자신과 스페이시뿐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영국 경찰이 스페이시가 2008년 런던에서 20대 남성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폭로에 스페이시는 영화·방송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하는 분위기다.
AP통신은 개봉을 앞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에서 스페이시가 나오는 장면을 모두 잘라내고,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그의 역할을 맡아 재촬영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은 미국의 인기 정치 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종영한다고 예고했고, 국제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IATAS)는 더는 스페이시에게 에미상을 수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페이시의 에이전트와 홍보 담당자도 계약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시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미국 대통령 프랭크 언더우드로, 1995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는 충격적 반전의 열쇠를 쥔 캐릭터 '카이저 소제'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배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