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배우들의 문제 제기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인도 대학가에도 불어닥쳤다.
6일 일간 퍼스트포스트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한 로스쿨에서 유학 중인 라야 사르카르(24·여)는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캠퍼스 성희롱 교수"라면서 인도 대학 교수 2명의 실명을 올렸다.
사르카르는 이어 누구든지 학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이가 가해 교수를 자신에게 알려주면 리스트를 추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며칠 사이에 사르카르의 리스트에 오른 '인도 캠퍼스 성희롱 교수'는 60명을 넘어섰다.
명단에는 인도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델리대, 자와할랄네루대 등의 교수들도 여러 명 포함됐다.
현재 사르카르의 페이스북 계정과 글은 외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태지만, 그가 쓴 리스트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고 인도 여러 언론이 이 사건을 다뤘다.
몇몇 대학은 명단에 오른 교수들을 상대로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르카르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추가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성희롱 내용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의 이름과 재직학교, 학과 등만 공개해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성희롱 교수 폭로를 빌미로 평소 불만이 있던 교수들을 겨냥해 무분별한 '마녀사냥'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명단에 오른 상당수 교수가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가운데 캘커타사회과학연구소의 파르타 차테르지 교수는 "44년 교수 재직 동안 단 한 명의 학생과도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적 없으며, 한 건의 문제 제기도 받은 적 없다"면서 "응답이라도 할 수 있게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든지 아니면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성명을 냈다.
명단과 무관한 니베디타 메논(여) 자와할랄네루대 정치학 교수 등 10여명의 페미니스트 학자·저술가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의 반박도 듣지 않고 익명의 주장을 받아 아무런 내용 공개도 없이 누군가를 성희롱범으로 지목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성희롱과 싸워온 페미니스트들의 정당성을 없앨 수 있다"면서 적법한 절차를 강조했다.
하지만 페미니즘인인디아(FII)라는 단체는 "성희롱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받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분위기에서 피해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해자 이름을 거론해 망신주는 식의 방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르카르의 명단 공개를 지지했다.
사르카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게 피해사실을 말한 이들은 자신의 경력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한 것"이라며 "내 리스트가 더 많은 성희롱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