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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리에 이뤄진 틸러슨 아프간 방문, 취약한 안보 상황 드러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이 대테러전을 치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극비리에 방문한 이후 취약한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더 부각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방문 사실은 그가 아프간을 떠난 뒤에야 미국 국무부와 아프간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종전에도 미국 고위 당국자의 아프간 입국은 안보상 이유로 예고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프간 정부 인사들과 만나는 등 입국 후 활동 내용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틸러슨 장관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도 틸러슨 장관이 아프간을 벗어날 때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가니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이날 면담도 카불의 대통령궁이 아니라 카불에서 차로 90분 거리인 바그람 공군기지 내 창이 없는 방에서 이뤄졌다.

이는 아프간에서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에만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와 총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등 200여 명이 숨지며 안보 상황이 극도로 불안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카불을 방문했을 때 탈레반이 매티스 장관 입국 몇 시간 뒤 카불 공항에 50여 발의 로켓포를 발사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프간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에 이번 면담 사진을 게재하면서 면담 장소에 있던 작전용 시계와 화재경보기 등이 보이지 않도록 삭제한 것도 논란이 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정부가 군기지에서 대통령 면담이 이뤄졌음을 숨겨 현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고자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프간 정부는 종전에도 탈레반이 어떤 지역의 행정 중심지를 함락하면 바로 해당 지역 청사를 다른 곳으로 옮긴 다음에 "이 지역은 탈레반에 함락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등 부정적 전황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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