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에서 태어난 이민자들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법안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이탈리아 정부가 이 법안의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성명을 내고 "다른 시급한 현안과 해당 법안 통과에 필요한 투표수 등을 고려해 정부는 법안 논의 일정을 하반기로 미룰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당초 오랫동안 입법이 지연된 이 법안을 정부 신임투표와 연계해 수 주 내로 상원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집권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소수 정당으로부터도 반대가 제기, 가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라틴어로 속지주의를 의미하는 '이우스 솔리'로 불리는 이 법안은 이민자의 자녀가 만 18세가 돼야 시민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이민법을, 미국처럼 자국 땅에서 출생한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이탈리아에서 최소 5년의 정규 교육을 받은 이민자 자녀에게도 시민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2013년 의회에 처음 제출된 뒤 2015년 10월 하원을 통과했으나, 우파 정당과 일부 중도파 의원들의 반대로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해왔습니다.
젠틸로니 총리, 마테오 렌치 전 총리를 비롯한 집권 민주당과 좌파 정당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사람을 모두 이탈리아인"이라며 의회의 하계 휴지기 전에 처리를 밀어붙였으나, 반대파의 거센 저항에 가로막혀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또 대량 유입되는 난민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높아지며 여론의 반응이 싸늘해진 것도 정부의 법안 처리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