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는 여름마다 '녹조'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무더위가 시작되면 호수 가장자리부터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해 여름 내내 악취를 풍기는 진녹색 거품이 둥둥 떠다닌다.
마치 진한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호수를 뒤덮어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05∼2014년 10년 동안 대청호의 조류경보 발령 일수는 450일에 이른다.
조류경보제가 시행되는 전국의 하천과 호수 22곳에 내려졌던 1천689일 중 26.6%가 대청호에 집중됐다.
지난해에도 대청호 회남(보은)·추동(대전 동구)·문의(청주) 수역에는 64∼91일씩 조류경보가 이어졌다.
이곳은 2014년을 제외하고 9년 내내 조류경보가 이어지면서 녹조의 온상처럼 여겨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소 다르다.
불볕더위 속에 낙동강·영산강 등이 일찌감치 녹조에 시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청호 수질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지난 19일 대청호 수질환경을 조사한 결과 문의 수역에서만 48cells/㎖의 남조류가 검출됐다.
작년 이맘때 회남수역 남조류 세포수가 442cells/㎖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남조류는 녹조의 유해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2주 연속 1천cells/㎖을 넘어서면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된다.
소옥천이 합류돼 대청호 녹조의 진앙으로 여겨지는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 수역의 남조류도 지난 12일 기준 312cells/㎖에 머물러 작년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대청호 녹조가 잠잠한 것은 적은 강수로 인해 오염 물질(영양염류) 유입이 줄었고, 예년보다 풍부해진 수량 때문에 수온 상승이 더디기 때문이다.
올해 대청호 수계에 내린 비는 172.2㎜로 작년(319.8㎜)과 예년(324.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24일 현재 댐 수위는 67.95m로 작년(66.32m)과 예년(64.89m)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수온은 회남 14.4도, 추동 20.1도, 문의 22.4도로 작년 같은 날 16.7도, 23.1도, 24.6도에 비해 2도 이상 낮다.
국립환경과학원 금강물환경연구소 이재정 박사는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는 수온이 25도 안팎일 때 가장 번성한다"며 "수온이 낮은 것은 녹조가 성장조건이 좋지 않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장마 이후 질소(N)나 인(P) 등이 빗물에 씻겨 들어온 상태에서 수온이 상승하면 녹조가 급격히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녹조 확산에 대비한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 관리단은 녹조 진앙지 겪인 추소 수역의 용존 산소량을 늘리기 위해 10대인 수차(水車·물 순환장치)를 15대로 증설하고,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쓰레기를 집중 수거하고 있다.
댐 관리단 관계자는 "생태 습지나 인공 수초 섬 등 오염 저감시설을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수상 콤바인(조류 제거선)과 황토 살포선 등도 대기시켜 녹조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