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숨진 채 발견된 박용철 씨와 박용수 씨는 모두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였습니다. 당시 경찰은 용수 씨가 "원한 때문에 용철 씨를 살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용철 씨 유가족은 검찰에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수사 기밀이 포함됐다"며 거절했습니다. 이에 유가족은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의 전말은?
용철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4시간 만에 사건 현장에서 약 3km 떨어진 등산로에서는 또 다른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시신은 용철 씨의 사촌 형인 박용수 씨였습니다. 용수 씨의 바지 뒷주머니에서는 유서와 숨진 용철 씨의 차 열쇠가 나왔습니다. 용철 씨의 혈흔이 묻은 장갑도 발견됐습니다.
■ 결정적인 증언 앞두고 살해된 박용철
당시 이 사건은 시신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두 구의 시신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들로 밝혀진 겁니다. 살해된 박용철 씨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신 씨는 지난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인터넷에 "박지만 씨가 육영재단을 강탈했고, 박용철 씨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글을 박 전 대통령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2010년 7월, 용철 씨는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이 나에게 신동욱을 납치·살해하라고 지시했다"며 육영재단 사태 배후가 지만 씨임을 암시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 씨 측은 용철 씨를 즉각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용철 씨는 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번복했고 신 씨 측이 용철 씨를 다시 설득하던 중 살해당했습니다.
■ 두 남자의 죽음, 석연치 않은 요소와 의혹들
지난해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에 배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제작진은 "박용수 씨가 박용철 씨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많고 제3자의 존재가 의심되는 지점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숨질 당시 만취했다고 해도 유도 선수 출신에 100kg 넘는 거구인 용철 씨를 왜소한 체구의 용수 씨가 어떻게 제압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용수 씨가 지나간 등산로 입구의 출입 확인 기계에 3명이 기록된 점도 의문을 더하는 요소였습니다.
범죄심리학자인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당시 "아예 용철 씨 공격을 계획할 때부터 뒤이어서 용수 씨를 제거할 계획까지 함께 세웠을 기획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 재수사 없다는 경찰, 비공개 수사기록에서 새로운 단서 나올까?
지난 19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살인사건 수사기록을 유가족에게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 이후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재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철성 / 경찰청장] 2017년 6월 19일 기자간담회
"재수사를 할 만한 단서가 나오면 하는 것이 맞는데, 현재로서는 변동사항이 없고 재수사 계획이 없습니다."
비공개 수사기록에서 새로운 단서가 나올 경우, 해당 사건의 재수사뿐만 아니라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의 발단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재산 문제를 조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살인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검토한 바 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