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발사한 테이저건(전기충격기)에 맞은 40대가 최근 숨지는 사고가 발생, 도입 12년째인 테이저건 안전성에 논란이 본격 제기됐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미국 테이저사가 제작한 테이저건은 2005년부터 국내에서 사용됐다.
경찰은 2004년 서울에서 피의자를 검거하려던 경찰 2명이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자 권총보다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테이저건 도입을 결정했다.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은 길이 130㎜, 340g으로 최대 사거리는 6.5m다.
한 번 방아쇠를 당기면 두 개의 전극심이 꽂힌 카트리지가 발사돼 상대방을 순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전극심 출력 전압은 5만 볼트다.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안면부, 심장, 성기 부위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임산부, 노약자, 14세 미만, 단순히 술에 취한 사람, 경미한 소란자에게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경찰청 '전자충격기 사용 및 관리지침'에 보면 테이저건을 맞은 뒤 2차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곳에서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계단·난간 등 높은 곳이 그 대상이다.
또 경찰관 직무집행법(제10조의2)에서 현행범,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에 대한 보호, 공무집행 항거 억제 등 경우에만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현재 경찰이 보유한 테이저건은 1만129대(대당 가격 150만원가량)다.
도입 첫 해 4건에 그친 테이저건 사용 횟수는 2007년 105건, 2009년 122건으로 늘었다.
2010년 86건으로 줄었다가 2011년 116건, 2012년 199건, 2013년 246건, 2014년 328건, 2015년 432건, 2016년 431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최근까지 테이저건을 맞아 사망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경남 함양에서 한 경찰관이 쏜 테이저건에 배 오른쪽과 오른 팔을 맞은 A(44) 씨가 끝내 숨지면서 테이저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 2012년에는 국내 한 교수팀이 테이저건이 심혈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영국 등지에서는 테이저건을 맞고 숨진 사례가 잇따라 보고돼 이미 오랜 기간 논란이 돼 왔다.
2011년 영국에서 테이저건을 맞은 남성이 숨진 것과 관련, 당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대변인은 "테이저건은 치명적일 수 있어 생명 위협이 있는 등 특별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며 "사용법 훈련을 받은 경찰만 테이저건을 소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남경찰청은 일선 파출소와 경찰서 형사과 직원 등을 대상으로 테이저건 사용과 관련한 이론·실습 교육을 하지만 1년에 1∼2번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예산 사정 등으로 전 직원이 모두 한 번씩 테이저건을 직접 발사해보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저건에서 발사한 전극심 카트리지는 개당 5만원가량으로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날 오후 A 씨에 대한 부검을 마친 경찰은 외견상으로는 사인 확인이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약물 검사 등을 추가로 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테이저건은 권총과는 달라 비교적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A 씨 사망과 테이저건 간 연관성을 밝혀내려면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테이저건 사용이 느는 상황에서 테이저건과 관련한 사용법, 부작용 등 사안을 제대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 이론 교육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 가정해 구체적으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명에 자칫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테이저건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