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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법원, 재판 지연에 "법원은 8억 원 손해배상하라" '셀프 판결'

'소송 폭주에 판사 부족' 등 "어떤 이유도 재판 과도한 지연 정당화 못해"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CJ 스스로의 재판 지연으로 소송 당사자에게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 배상하라는 '셀프 판결'을 내렸다.

ECJ의 1심법원 격인 EU 보통법원(General Court)은 7일(현지시간) 보통법원의 한 재판부가 미국 기업 ' 가디언 인더스트리즈'(GI) 관련 재판을 4년 7개월이나 지연한 것은 잘못이라며 법원이 GI에 65만 유로(약8억2천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보통법원 재판관 5인 전원합의부는 GI 측이 지난 2008년 이 법원 재판부에 소장을 제출한 지 41개월 뒤에야 구두변론을 시작한 것은 소송 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장 접수 후 구두변론 개시까지 처리기준(15개월)을 26개월이나 초과한 것은 법원 측이 "어떠한 불가피한 특정 상황이 있었다고 해명해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소송 건수는 급증하는 반면 판사는 부족해 재판이 늦어졌다는 법원 측의 해명은 '과도한 재판 지연'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CJ 보통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원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제재를 가하고, 재판의 신속 진행을 촉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네덜란드 출신 유럽의회 의원 소피 인트펠트는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는 경구를 인용하며 "여전히 아주 아주 오래 걸리는 재판들이 많다"고 비판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2007년 GI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4개 업체가 EU 내 평판유리 판매가격을 밀약했다며 총 4억8천690만 유로(약 6천17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GI 측은 집행위가 자사에 1억4천800만 유로의 벌금을 매긴 기준인 매출액 계산에 잘못이 있다며 ECJ 보통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ECJ엔 소송 건수가 폭증하는 데 비해 재판관 수는 부족해 재판 진행과 판결이 늦어지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민원인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EU 회의론자들에겐 또다른 공격의 빌미가 되었으나 EU는 2015년에야 "28명인 ECJ 보통법원 판사 수를 2016~2019년에 단계적으로 56명으로 증원한다"는 데 겨우 합의했다.

GI 측은 보통법원에 낸 벌금액 재산정 및 감액 요구 소송에서 패했으나 ECJ의 최고법원인 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에 상고, 2014년 11월 벌금을 1억360만 유로로 4천440만 유로(약 563억원)나 낮추라는 최종판결을 얻어냈다.

GI는 아울러 보통법원의 재판 지연으로 인한 손해액 약 1천700만 유로와 EU 집행위의 지나친 벌금 부과와 이를 그대로 인정한 판결로 입은 고통과 손해 배상조로 약 2천500만 유로를 법원이 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그러나 GI 측이 최종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벌금납부를 은행지급보증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며 그 비용인 약 65만 유로만 배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도한 벌금 부과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등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GI 측은 물론 ECJ 보통법원과 집행위는 이번 판결에 불복할 경우 ECJ 최고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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