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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사건' 파헤친 AP통신 기자 "희생자 억울함 풀려 다행"

학살 현장 노근리 방문해 유족 위로…67주기 합동 위령제도 참석

"노근리 학살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고통 속에 생활하는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한미 양국이 조속히 대책을 마련, 이 사건을 마무리짓기 바랍니다"

'노근리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AP통신의 마르타 멘도자(Martha Mendoza·50·여) 기자는 2일 충북 영동의 노근리 학살현장을 찾은 감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AP통신 방콕지사 근무 중 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멘도자 기자는 학살 당시 탄흔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경부선 철도 쌍굴을 둘러보고, 유족회가 마련한 67주기 합동 위령제에도 참석했다.

그는 "뒤늦게나마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희생자들이 억울함을 풀게 된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한미 합동조사 이후 추모사업과 보상 협의 등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사건 현장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노근리 사건'은 1950년 7월 25∼29일 미군이 경부선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피란민 대열을 향해 공중 공격과 기관총 사격을 가해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한미합동조사와 유족 신고 등을 통해 이 사건 피해자를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으로 확정했다.

멘도자 기자는 최상훈 기자 등 동료 3명과 이 사건을 추적해 1999년 처음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다.

당시 이들은 '노근리 다리'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고, 이 기사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취재와 관련해 "한국전쟁 때 미군이 매일매일 작성하던 일지가 있었는데, 노근리 사건이 벌어진 기간의 기록이 빠진 것을 알게 됐다"며 "비밀을 풀기 위해 당시 현장에 있던 12명의 미군을 직접 찾아 나섰고, 그들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을 다수 확보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1년 가까운 취재기간 편집국 내에서 여러 차례 고함이 오갈 정도로 매우 민감했던 사안이었다"며 "기사가 보도된 뒤 탐사팀이 해체되고, 나도 실리콘밸리로 발령 날 정도로 후유증도 있었다"고 순탄치 않았던 보도 과정을 소개했다.

당시 탐사팀을 이끌던 찰스핸리 기자가 취재 과정 등이 담긴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도 했다 .

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생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보상을 포함해 이 사건을 매듭짓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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