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국민 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25일 인도 뉴델리 한국 대사관에 마련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장에는 투표가 시작된 오전 8시(현지시간) 이전부터 인도 각지에서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이 모여들었다.
인도에서는 이번 대선에 뉴델리 1천184명, 뭄바이 337명, 첸나이 801명 등 모두 2천322명이 유권자로 등록해 지난해 4월 총선 때 등록한 1천756명보다 32% 늘어났다.
등록 유권자 수가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보다 적어 넓은 국토에 투표소가 3곳뿐이라 각지의 유권자들은 자비를 들여 2천㎞ 가까운 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오거나 몇 시간씩 운전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북부 우타라칸드 주에서 새벽 2시에 직접 차를 운전해 오전 7시에 대사관에 도착해 첫번째로 투표한 손진원(63)씨는 "투표는 국민 된 도리로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재외국민 선거에 모두 참여했다"면서 "예전에는 8시간씩 걸려 운전해 왔는데 이번에는 운전시간을 줄이고자 새벽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어떤 분이 대통령이 돼야 우리나라가 안정될까"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면서 "꼭 필요한 사람이 당선돼 국민을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부 카르나타카 주 마이소르 인근 빌라쿠페의 티베트 사원에서 수행하는 한 52세 승려는 전날 오후 7시께 사원을 떠나 1박2일동안 삼륜차와 버스, 비행기를 연거푸 갈아타고 15시간만인 이날 오전 10시께 투표소에 도착해 한 표를 행사했다.
20여년전 출가해 대외적으로 이름을 밝히는 것이 꺼려진다는 이 승려는 직선거리로만 1천811㎞를 투표를 위해 날아온 셈이다.
그는 거리로는 남부 타밀나두 주 첸나이 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가 가깝지만, 첸나이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뉴델리에서 투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속세 일과 거리를 두고자 그동안 열린 재외국민 투표에는 참가하지 않았다면서 "최근 한국 상황이 안 좋아서 이번에는 승려이지만 참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이 승려는 이날 오후 다시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거슬러 수행하던 사원으로 돌아간다.
조현 주인도 한국 대사는 "멀리서 오시는 유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편의를 제공하겠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성숙한 민주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