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소재 자국 군사기지를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순방 중인 푸틴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키르기스가 러시아의 군사지원을 필요로하지 않으면 현지 주둔 러시아 군사기지를 철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습니다.
푸틴은 "언젠가 키르기스스탄이 '이제 러시아 기지가 필요 없을 만큼 우리 국방력을 키웠다'고 말하면 바로 그날 러시아는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러시아로선 이곳에 군대를 배치할 아무런 필요도 없으며 기지는 전적으로 키르기스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엔 해외 군가 기지가 경제적 부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탐바예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연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국방력에만 의존해야 하며 러시아든 미국이든 어떤 다른 나라든 외국 군사기지에 의존해선 안 된다"면서 자국 주둔 러시아 군사기지를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에는 러시아가 운용하는 통합 군사기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수도 비슈케크 외곽에 칸트 공군기지를 비롯해 이식쿨 호수와 접한 카라콜에 해군기지, 북부 찰도바르 마을에 통신기지, 서부 마일루우수에 지진 관측소 등 4개 시설입니다.
키르기스 내 러시아 군사기지 주둔 협정은 지난 2009년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임 대통령에 의해 처음 체결됐습니다.
이 협정은 지난해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49년 더 연장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집권한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이듬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새로운 군사기지 주둔 협정을 체결하면서 주둔 기간을 2017년부터 15년으로 하고 양측이 합의할 경우에만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러시아는 옛 소련권에서 키르기스스탄 외에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등에 군사기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 지원을 위한 전초 기지로 미국이 키르기스스탄에 설치했던 마나스 공군기지는 2014년 6월 폐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