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성국이라고 불릴 만큼 융성했던 발해는 서기 926년 갑자기 멸망했습니다. 지금까지 백두산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한 것이란 주장이 유력했는데, 실제로 발해가 멸망한 926년에 화산이 폭발한 것이 맞는지는 여태껏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시나리오를 뒤집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화산 폭발은 발해가 멸망하고 난 20년 후에 발생했단 겁니다. 안영인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미국과 중국 영국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서기 946년 10월에서 12월 사이 백두산에서 화산폭발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발해 멸망 20년 뒤의 시기입니다. 연구팀은 백두산 화산폭발 당시 뜨거운 용암에 뒤덮여 죽은 낙엽송의 화석을 이용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 나무 화석의 나이테에 남아 있는 서기 775년 우주의 방사선 대폭발 기록에 주목한 건데요, 서기 775년에는 지구가 우주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양의 감마선 피폭을 당하면서 나무들의 특정 나이테에 방사선 탄소 농도가 높아졌는데, 이 나무화석도 흔적이 남아있던 겁니다.
그리고 이 775년부터 백두산 화산폭발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 분석해 보니 946년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백두산 화산이 폭발했다고 추정한 겁니다.
연구팀은 그 외에도 백두산 화산 폭발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화산 분출물인 황이 유난히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찾아냈습니다.
또 우리 역사서인 고려사에 946년, 개성 하늘에서 커다란 천둥소리가 들렸다는 기록과 일본 나라 지역의 한 사찰에서 946년 11월 3일에 '하얀 재가 눈처럼 떨어졌다'는 기록도 발견했습니다.
이 모두가 946년에 백두산의 화산폭발이 있었다는 증거인 셈인데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발해 멸망과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논의는 다시 새롭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취재파일] 발해, 백두산 화산폭발로 멸망했다?
(김선재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