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하이타이' 신화…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 별세

현 LG, GS그룹의 뿌리인 '락희화학공업'의 창업 주역이며, 현대식 세제 '하이타이 신화'의 주인공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이 5일 오전 10시 50분 향년 89세로 영면했다.

고(故) 허 명예회장은 1929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서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회장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1953년 '락희화학공업'(1947년 설립, 현 LG화학)의 업무부장으로 입사한 뒤 금성전선 사장, 럭키 사장,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럭키석유화학 회장 등을 지내며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의 주요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빨래 문화를 빨랫비누 시대에서 가루비누 시대로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하이타이' 세제를 1966년 시장에 내놓은 주인공이다.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컬러TV, VCR, 컴퓨터 등 가전제품을 선보여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당시 럭키금성그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장 밀착' 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으면 절대로 굽히지 않는 강한 집념의 경영자로 기억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지난 2004년 GS그룹이 LG그룹과 계열 분리를 통해 오랜 동업관계를 마무리하는 작업도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원활하게 진행, GS그룹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현 GS그룹 관계자들의 평가다.

경영자로서뿐 아니라 산업 기술 연구·개발(R&D)자로서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쳤다.

1972년 2월 민간기술연구소협회 회장을 시작으로 1980년 2월 한국기술 정보센터 이사장, 1982년 2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1983년 3월 한국과학 기술원 부 이사장 등을 맡아 민간기술단체, 정부 산하기관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기술 연구의 '선구자'로서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그는 1973년 수출유공 동탑산업훈장, 1974년 수출유공 은탑산업훈장, 1978년 우수발명과 특허관리부문 금상, 1979년 신제품 및 신모델 혁신대회 대통령상, 1984년 생산성대상 등도 수상했다.

스포츠 부문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 1986년 대한조정협회회장, 1987년 아시아 조정연맹회장을 역임했다.

고 허 명예회장은 고 윤봉식 여사와의 사이에 아들 경수(코스모그룹 회장), 연수(GS리테일 사장), 딸 연호, 연숙씨 등 2남 2녀를 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