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아닙니다. 황 총장은 해군의 모든 가용 자산을 현장에 투입하라고 확실하게 지시했지만 당시 통영함은 해군이 인수하지 않은 상태, 즉 해군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통영함은 해군의 가용 자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해군이 인수하지 않은 이유는 널리 알려진 대로 선체고정음탐기(HMS)와 수중무인탐사기(ROV)의 성능이 작전요구성능(ROC)에 미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영함에는 세월호 구조 현장에서 수중 작업을 마친 잠수사들의 감압치료를 해주는 신형 감압 챔버가 있기 때문에 투입을 고려는 했었는데 이미 감압 챔버가 구조 현장에 대거 투입된 상황이어서 통영함은 보내지 않은 것입니다.
조금만 성의를 기울여 확인해 보면 세월호 참사 당시 통영함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알 수 있는데 잠룡 반열에 오른 유력 정치인조차 무책임한 언급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황 총장을 비롯해 여러 선량한 군인들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할 때도 많은 이들은 전후사정 살피지 않고 무턱대고 그들을 ‘역적’ 취급했습니다. 씁쓸한 풍경입니다.
● "통영함은 해군 소유가 아니었다"
황 총장과 가까운 해군 관계자는 “기획관리참모부가 참모총장 명의로 전결 처리해 공문을 보냈다”며 “형식상으로는 황 총장 명의의 공문이기 때문에 ‘황 총장이 통영함 투입을 명령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영함을 구조 현장에 투입 준비 시켰던 것은 감압 챔버 때문입니다. 통영함에는 잠수사 8명이 동시에 감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챔버가 있습니다. 이미 구조 현장에서는 청해진함과 평택함, 다도해함 등의 감압 챔버가 가동되고 있었는데 이들 챔버가 고장나거나 감압 챔버가 모자랄 경우 통영함을 지원하라는 의미로 통영함 투입 준비를 시킨 것이라고 해군은 설명했습니다.
통영함을 투입하고 나중에 인수 인도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기 위해 해군과 방위사업청, 대우조선해양은 ‘인수 전 통영함 사용에 관한 합의각서’도 체결했습니다. 통영함 투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방증입니다. 해군 관계자는 “청해진함, 평택함, 다도해함의 감압 챔버는 문제없이 작동했고 추가로 챔버가 필요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통영함은 그래서 세월호 구조작전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도크에 묶여 있었습니다.
● 다른 듯 같은 방산비리 마녀사냥과 황 총장 영웅 만들기
황기철 총장은 ‘통영함 의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훌륭한 군인입니다. 황 총장이 참 군인이라는 사실은 황 총장의 참모들, 황 총장이 교장 시절 해군사관학교를 다닌 장교들, 공관병, 운전병들이 낱낱이 알고 있습니다.
황 총장이 작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이번엔 정부로부터 보국훈장을 받게 됐으니 황 총장의 결백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부풀려진, 없는 이야기로 황 총장을 위로할 필요는 없습니다.
황 총장을 비롯한 여러 무고한 군인들은 검찰이 씌운 무리한 혐의을 받고 있었는데도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군사 전문가 명함을 들고 다니는 알 만한 사람들조차 황 총장 등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을 맹비난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군인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얼굴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매장됐습니다.
황 총장은 누명을 벗고 그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니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검찰이 초대형 방산비리라고 지목했던 해군 와일드 캣 헬기 도입 사건 관련자, 공군 전투기 정비 비리 혐의를 받았던 예비역들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지금도 죄인처럼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억울한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군인들이 있습니다. 잃어버린 명예와 삶을 되돌릴 길이 없습니다.
방산비리 몇 건은 색출했지만 군 전체의 신뢰는 붕괴됐고 국가안보에는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제 누구도 군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군인들은 군복 입고 부대 나서기가 불편해졌습니다.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신뢰를 잃은 군은 오합지졸입니다. 국군은 오합지졸이 됐습니다. 검찰이 알량한 성과를 위해 국가안보를 해친 것은 아닌지, 세상 인심은 그런 부조리를 무책임하게 구경하며 키운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