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 배출한 여성 1호 공군 조종사가 미국 연수 중에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아프간 언론에 따르면, 미 텍사스와 아칸소 등에서 15개월간 비행연수를 마친 아프간 공군 닐루파르 라흐마니 대위는 미국에 남을 수 있게 해 달라며 미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그제 귀국할 예정이었던 라흐마니 대위는 여성 사회활동에 적대적인 아프간 환경 때문에 생명을 잃을까 두렵다고 망명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에 "조국 영공을 날고 싶지만, 내 생명을 잃을까 두렵다"면서 "여성 사회활동에 적대적인 아프간 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3년 조종 자격을 얻은 이후 자신과 친척들이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군대 내에서도 남성 동료들이 자신을 경멸해 불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는 라흐마니 대위의 생명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면서 그의 망명신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청했습니다.
아프간 국방부 모함마드 라드마니시 대변인은 "라흐마니 대위가 단지 망명허가를 받기 위해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고 거짓말했음이 분명하다"면서 "아프간 공군에 복무하면서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군 장교가 치안이 두렵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면서, "라흐마니 대위가 마음을 바꾸고 귀국해 조종사로 복무를 계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에도 미국에서 연수받던 아프간 군인이 캐나다 등에 망명을 신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라흐마니 대위는 2012년 아프간 공군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고정익기 조종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지난해엔 미국 국무부가 주는 '올해의 용기 있는 여성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은 "탈레반뿐만 아니라 친척들로부터도 위협을 받았으면서 비행을 계속했다"고 찬사를 보냈었습니다.
아프간에서는 1996∼2001년 탈레반 정권 때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혼자 외출하는 것도 금지됐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극도로 제한됐습니다.
미군 공격으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이후엔 여성 장관과 의원이 나올 정도로 여성 인권이 다소 향상됐지만, 인권운동가들은 지난해 3월 수도 카불에서 한 20대 여성이 코란을 불태웠다는 누명을 쓰고 반박도 제대로 못 한 채 군중에게 몰매를 맞아 숨졌을 정도로 여성 인권 수준이 낮다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