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간에 무역분쟁 대상이었다가 지난 2009년 양측간 합의로 휴전에 들어갔던 성장호르몬을 투입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EU의 수입금지 논란이 23일 재점화될 조짐을 보인다.
미국 행정부는 전날 성장호르몬을 투입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EU의 결정과 관련해 지난 2009년 합의를 파기했다. 또 미국 정부는 성장호르몬 처방 쇠고기에 대한 EU의 수입금지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채 WTO 의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던 지난 1998년 WTO(세계무역기구)의 결정에 따라 이를 다시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자 EU도 깜짝 놀라 반박 성명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EU 집행위는 이날 성명에서 "EU는 지난 2009년 합의를 전적으로 이행해왔다"라면서 "미국이 합의를 파기하고 유럽산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EU와 미국 간 무역관계에서 가장 유감스런 후퇴조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EU는 미국과의 논란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듯 "성장호르몬을 주입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한 2009년도 합의를 계속해서 이행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제기하기를 바라는 어떤 우려에 대해서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 대선에서 EU와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인 TTIP(범 대서양투자무역동반자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퇴임을 한 달 정도 남긴 가운데 나왔다.
그동안 EU 측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TTIP 협상에서 '성장호르몬 쇠고기 문제'가 제외됨으로써 완전히 해결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TTIP 협상은 사실상 소멸했고, 미국 측은 성장호르몬 쇠고기 문제를 재론하고 나선 것이다.
성장호르몬 투입 쇠고기 수입 문제는 유럽에서는 아주 민감한 이슈이고, TTIP 협상 반대를 부추기는 요인이 돼왔다. 이 때문에 EU는 그동안 성장호르몬 투입 쇠고기 협상 금지를 변경하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연합뉴스)